‘주가는 두려움의 벽을 타고 오른다’ 학습효과
증권 등 기관은 떨어지면 우선매수
‘안도랠리’ 미리준비
개인은 늘 ‘뒷북’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주가는 두려움의 벽을 타고 오른다.’
미국 대통령 선거, 국내 정국 불안 등 시장이 여러 변수에 대한 우려로 위축될 때, 이를 가장 반기는 것은 투자에 자신있는 전문투자자들이다.
지수가 하락해도 금융당국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리 오를 것을 예측하고 하락장에 들어가는 것은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개인들은 지수가 내리면 돈을 빼고 지수가 오르면 안도감에 투자하면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 랠리를 지속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미국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 등으로 휘청이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시장을 ‘여리박빙(얇은 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한 상황)’으로 묘사하면서 대응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같은 날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역시 19개 증권사 사장단을 소집해 긴급 간담회를 갖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을 주문했다.
9일 코스콤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 가운데서도 하락세를 주시하던 금융투자(증권회사, 선물회사, 투자자문사 등)는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31일부터 8일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8월(8거래일) 이후 최장기간 순매수이며, 올해 금융투자가 7일 연속 순매수한 것은 3월과 8월을 포함 3차례다.
최근 7거래일 간 금융투자의 순매수액은 모두 8514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기관 순매수가 1조181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금융투자는 72.10%의 비중을 차지해 순매수의 대부분을 금융투자가 주도한 셈이다.
금융투자가 시장의 출렁임 속에서도 이처럼 미래 시장의 안정을 예측하는 베팅을 지속한 반면, 개인들은 정반대의 투자를 하고 시장에 한 박자 느린 대응을 했다.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간 개인은 8일 간신히 18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이미 시장은 다시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두려움의 벽’을 함께 타는데는 실패한 것이다.
반대로 증권사들의 투자는 당국과 협회 차원의 시장 조정노력에 부응한 면도 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잘 이용한 투자가 됐다.
개인이 기관이나 외국인의 수익률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이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이제 앞으로의 시장은 기관과 외국인은 수익을 내고 개인은 계속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도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기는 힘든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기관이나 외국인들의 수익이 개인들의 호주머니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개인투자자들이 깨닫는 순간 시장에서 떠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그는 “선진국은 이미 기관 중심의 시장이고 개인 투자비중도 높지않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려면 간접투자, 상장지수펀드(ETF)투자와 같은 패시브 투자, 장기투자 외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시장은 기관투자자들끼리의 치열한 수익률 싸움 속에 시장 전반의 수익률 저하를 가져온다.
이 전문가는 “기관 중심의 시장이 되면 시장수익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기는 힘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yg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