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지명철회…“총리가 내각 총괄”
박근혜 대통령은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 뜻을 밝히면서 국회가 합의해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제의했다.
박 대통령은 정 의장과의 회동에서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하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만나러 왔다”며 “총리를 추천해주신다면 총리로 임명해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수출부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경제가 어렵운데 국회에서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김 내정자 지명 철회 뜻을 밝히고 국회에서 새 총리 후보자를 세워달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새 총리 추천 문제를 비롯해 국정안정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 협조해달라는 뜻을 전하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게 핵심이고 향후 파국을 막고 국회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정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 지명 철회 뜻을 밝힌 것은 지난 2일 발탁 이후 엿새만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 국정농단 파문 이후 국정중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김병준 카드’를 냈지만, 김 후보자 거취 문제가 오히려 국정정상화의 걸림돌로 부각되면서 짜낸 고육지책이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여야 대표들을 만나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야권은 김 내정자 지명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에게 전권 부여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걸며 거부했다.
결국 야권이 김 내정자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영수회담을 거부하고 정권퇴진운동까지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 하야ㆍ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12일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점 등을 감안해 야권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련기사 2·8·9면
박 대통령의 이날 전격적인 국회 방문과 정 의장과의 회동은 최순실 파문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연설이나 시정연설을 제외하고 정치적 이유로 국회를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며 지난달 24일 헌법개정을 제안했던 시정연설 이후 2주일여만이다.
그러나 야권이 김 내정자 지명 철회와 함께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 등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어 정국수습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날 박 대통령과 정 의장과이 회동이 성사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불거졌다. 청와대는 애초 정 의장과 만나는 자리에 여야대표도 함께하기를 기대하며 막판까지도 조율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국회의장실 측은 “청와대가 여야 영수회담이 안되는 상황에서 정 의장과 먼저 회동하자고 해 수용했다”면서 “여야대표의 참석 문제는 오늘 아침 처음 들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김 내정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총리 내정자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국민대학교로 향했다.
김 내정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진 사퇴에 대한 질문은 할 필요가 없다”며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했음을 시사했다.
신대원ㆍ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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