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정국이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대표, 여당 내 주류인 친박계(親박근혜계)를 한편으로 하고, 새누리당 내 비박계(非박근혜계)와 야권이 점점 친화력을 보이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지도부 사퇴를 두고서는 친박계의 이탈도 눈에 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의 연루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현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5%까지 떨어지면서 가속화된 현상이다. 박 대통령의 2차례에 걸린 대국민 사과 담화는 기폭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비박계와 야권 일부와의 상설 협의체 구성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향후 정계개편에서도 이번 사태가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4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당지도부와 비주류 간의 엄연한 정세인식 차이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129명 중 110명이 모이고 6시간 30분여 동안 진행된 이날 의총에서는 총 44명이 공식 발언을 했다. 의총 후 민경욱 대변인의 브리핑에따르면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 사퇴에 대한 찬반 의견은 반반이었다. 비박계 모임, 초재선 모임, 3선 이상 중진 모임 등 당내 비주류 중심으로 최근 잇따라 열린 모임에서 당지도부 사퇴 요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의원 숫자는 60명 전후로 파악된다. 핵심 비박계에서는 여야 합의에 의한 총리 지명과 이에 바탕한 거국내각구성, 대통령의 2선 후퇴까지도 거론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의 탈당도 주장하고 있다. 특검에 대해서도 야당이 주장하는 별도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는 기류도 적지 않다.
반면,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박계는 당이 단합해 사태를 먼저 수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현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비주류의 좌장 격인 김무성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협조 당부를 하기도 했다. 당지도부와 친박계의 이같은 입장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뜩이나 지지율이 하락하고 야권과 여론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마당에 당지도부마저 사퇴하면 ‘최후의 방어선’마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대책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돼 비주류의 목소리가 커지면 친박의 ‘폐족’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탈당도 막을 수 없다는 우려다. 대통령이 탈당하면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당정협의와 같은 국정운영 축도 잃게 된다.
반면, 비박계 중심의 여당 비주류의 입장은 야당의 요구에 대해 전향적인 수용 기류다. 나경원 의원 등 비박계 주요 중진 의원들은 야당과 협의없는 국무총리 지명이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과 최근 국정 현안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졌다. 비박과 비문(非문재인계)을 중심으로 한 여야 중진의원들간 상설 협의체가 마련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여전히 여당 내 비주류도 새누리당의 ‘분당’ 가능성에 대해선 내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기류다. 그러나 계파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을 버티게 했던 발판은 와해되는 일거에 와해됐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당 내 신뢰와 영남ㆍ장노년층을 바탕으로 한 완강한 지지선이 무너졌다. 주류와 비주류가 갈라설 개연성은 더 커졌다는 얘기다. 비박계 중심의 차기 대권주자들도 박 대통령과 당지도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나날이 높이고 있다. 이들이 누구와 손을 잡게 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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