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기억해야 할 김ㆍ영ㆍ란ㆍ법 넉字
-초기 혼선, 혼란 벗고 새문화 정착될지 주목
[헤럴드경제=김영상ㆍ유오상ㆍ구민정 기자] 2016년 9월 28일, 그 전과 그 후의 세상이 확 바뀌었다.
말많고 탈많았던 김영란법이 28일 자정을 기해 시행됐다. 정(情)이란 이름의 푸짐한 선물 관행, 학맥과 인맥을 통한 청탁 등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투명’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말이다. 모든 것은 더치페이다. 각자의 몫은 각자가 지불하는 사회가 됐다.
일각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출발은 긍정적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국사회는 ‘비리 공화국’ 오명을 벗고 투명사회로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내달을 수 있게 됐다.
사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너무 썪었었다. 정경유착, 법조비리, 공직기강 해이, 권력언론유착 등의 단어에서 보듯, 퀘퀘한 냄새가 진동해 왔던게 우리 사회다. 명문대학을 나와 ‘그들만의 리그’에 몸담기 바빴고, 인맥을 동원해 권력에 줄대기에 연연했고, 끼리끼리 문화 속에서 사회적 리더층은 밀실에서 또는 고급요정에서 이기적 음모를 꾸며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김영란법은 우리사회 리더층의 ‘자승자박’ 결과물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일반 시민들 10명 중 7명 꼴인, 70%가 김영란법 시행을 찬성한 것을 보면 국민들이 우리 곁에 팽배한 부정부패에 얼마나 염증을 느껴왔는지를 대변한다.
김영란법은 사회적 효율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부정부패에 따른 사회적 비용 낭비를 대거 줄이고, ‘투명’ 요소를 생산적 재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그 근거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70~80년대 관료중심적 경제성장의 시대가 가면서 분명 공직자들에게 가해지는 불필요한 부정ㆍ청탁 비용을 없애야할 필요는 있었다”며 “김영란법을 통해 이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사회적 부패지수를 줄이기 위해선 40대 이후의 근본적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젊은층에 비해 비교적 접대 등에관대했던 40대 이상은 김영란법을 ‘명심보감’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중국 고전에 나온 선현들의 금언(金言)ㆍ명구를 편집해 만든 책인 명심보감을 고려 어린이들이 배워 일생의 교훈을 삼은 것처럼, 오늘날 40대 이상은 김영란법의 배경과 행간을 기억하고 또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고보면 김영란법 대상이 된 400만명(공무원, 언론인, 교직원에 이들 배우자까지)의 새로운 교재가 ‘김영란법’이 된 셈이다.
물론 김영란법이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혼선과 시행착오는 예정돼 있다.
법 자체의 허점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돈 있는 계층, 최상위 계층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즐기는 사회가 됐다. 김영란법 대상이 된 상대적 약자들만 고통 분담하는 법이다”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김재식 변호사(에이펙스)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상 취지대로 잘 정착되길 바라지만, 법 적용대상이 굉장히 광범위 해서 현실에서 국민들의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소외계층이 부당하게 박탈감을 느끼는 등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광범위하게 교육자, 언론사, 기자, 공무수행 타인,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까지 넣어서 하다 보니까 뜻하지 않게 소외계층을 더 어렵게 하는 결과가 생길 가능성도 있게 됐다”고 했다.
한상일 교수 역시 “김영란법이 너무 광범위하고 일괄적인 규제로 경제성장 동력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기존의 기득권이 차지한 경제분야는 오히려 공고히 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해 신사업을 개발하려는 도전자들에게는 김영란법이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 해도 외국에 나가기 힘들고, 3만원으로 식사까지 제한해버리면 자유로운 사업이 힘들어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김영란법을 유동적으로 적용해야할 분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지금 사회 분위기상 그런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영란법의 방향과 당위성에 동참하면서, 허점을 보완해가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ys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