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대화 잘 진행…서두를 필요 없어”

이란도 호르무즈 개방 위한 수정안 제시

미군, 이란 게슘섬 타격…“방어적 조치”

10월 선박 35척 피격…전면전 재개 우려 여전

호르무즈해협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AP]
호르무즈해협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이란이 협상 진전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군의 공습과 선박 피격이 이어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군은 이란의 전략적 요충지인 게슘섬을 타격했다. 외교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과 군사적 충돌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중간선거 이후 전면전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이란 게슘섬을 타격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번 공격이 이란의 상선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적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란 국영 IRNA통신은 게슘섬 인근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폭발 원인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후 미국의 공습 사실이 전해졌다.

WSJ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이번 공격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작전 상황을 외부에 크게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측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번 공습은 미국과 이란이 카타르의 중재로 간접협상을 진행하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서두를 필요는 없고,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선거를 하루 앞두고는 협상 진전을 강조하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란도 협상에 일부 유연한 태도를 나타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이 일련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경우 기존에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7단계 제안을 이틀 안에 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의 긴장을 대화로 해소하기 위해 행정부에 협상 재량권을 일부 부여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다만 양국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 이란은 동결자산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역시 핵 문제에서 명확한 진전이 확인되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는 데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도 협상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받은 선박은 모두 35척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도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선박 한 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선체 오른쪽에 구멍이 뚫렸다고 밝혔다. 선원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지만 UKMTO는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대이란 군사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총선 이후 정국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접촉을 이어가며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 공격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진전을 강조하는 것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반대 여론을 의식한 일시적인 대응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 역시 미국의 협상 의지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6월 이란과 협상을 진행하던 도중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사실을 거론했다. 미국이 대화를 강조하더라도 군사 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중동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도 중간선거 이후 대규모 공습이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사적 충돌이 재개될 경우 이란의 보복 강도가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와르 가르가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외교정책 고문은 지난 주말 안보 콘퍼런스에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은 크게 엇갈려 있으며, 이런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러시아와도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강경파인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중동 정세와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군사적 충돌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양국이 협상 조건을 좁힐지, 다시 대규모 무력 충돌에 나설지가 중동 정세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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