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40% “추석 자금 사정 곤란”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은 절반도 안 돼

부족 자금 마련 1순위는 ‘납품 대금 조기 회수’

사진은 경기 화성의 한 알루미늄 제조 공장 모습.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사진은 경기 화성의 한 알루미늄 제조 공장 모습.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직원들에게 명절마다 10만원씩 주던 상여금도 없앴습니다. 지금은 그 돈도 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추석을 앞두고 이같이 토로했다. 최근 고금리와 인건비 인상 여파로 자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불가피하게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위탁받은 물량을 가공해 납품하는 A씨의 회사는 연휴로 공장이 멈추면 그만큼 매출이 줄어드는 구조다. A씨는 “명절이 끼면 쉬는 날이 늘어나는 만큼 매출은 줄어드는데 직원들 월급은 그대로 나가야 한다”라며 “남들은 쉰다고 좋아하지만, 명절이 돌아오는 것이 두렵다”라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자금난을 호소하는 것은 A씨만의 일이 아니다. 김희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부족한 명절 자금을 마련하고자 납품 대금 조기 회수에 나서는 것은 물론, 결제 대금 지급 연기까지 고려할 만큼 중소기업의 자금 압박이 극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0곳 중 4곳 지난해 추석보다 ‘자금 사정 어렵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추석보다 올해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기업은 40%에 달했다. 실제 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다는 중소기업은 45.1%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정액으로 지급하는 기업의 1인당 평균 상여금은 66만5000원이었다.

올해 추석자금으로 기업당 평균 2억5645만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중 확보 가능 자금은 1억9797만원(78.44%)으로 평균 5848만원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난의 가장 큰 원인은 판매·매출 부진(71.5%·복수 응답)이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59.5%)과 인건비 상승(21.8%), 판매 대금 회수 지연(12.8%) 등도 자금 사정을 옥죄는 요인으로 꼽혔다.

중소기업들은 부족한 자금을 확보할 방법으로 ‘납품 대금 조기 회수’(40.6%)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금융기관 차입(38.3%)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명절 전 납품 대금을 얼마나 빨리 현금화하느냐가 자금 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평소보다 임금과 상여금, 원·부자재 결제 등 지출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거래대금 회수가 늦어질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中企 호소에 대기업들도 납품 대금 9.6조 앞당겨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의 현금 수요가 커지면서 협력사에 지급할 돈을 미리 푸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경협중소기업협력센터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20개 대기업 그룹이 추석을 앞두고 협력사에 조기 지급하는 납품 대금은 총 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정된 납품 대금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먼저 지급해 협력사의 자금 운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다. 납품 대금 조기 지급은 현금흐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당장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정부와 금융권도 추석 전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 수요에 대응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과 은행권은 추석 연휴 전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에 총 103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다. 정책금융기관이 특별대출·보증을 통해 23조원을 공급하고 은행권은 금리우대 대출 등을 통해 79조6000억원을 지원한다.

김 본부장은 “전통시장 상인 등 취약 부문까지 정책 온기가 신속히 닿도록 금융권의 각별한 관심과 선제적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b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