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막내냐. 네가 지난번에 사다 준 양념통닭 있지 않니. 그게 먹고 싶어서 자꾸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 참아볼라구 했는디 자꾸 생각이 난다. 미안허다”
93세 아버지가 어렵게 꺼낸 양념치킨 부탁에 딸은 결국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의 전화에서 시작된 사연은 치킨 업체의 따뜻한 응답을 거쳐 ‘마을 양념치킨 파티’로 이어지게 됐다.
15일 스레드에 따르면 지난 9일 누리꾼 A씨가 스레드에 올린 93세 아버지의 사연이 조회수 126만 회를 넘기며 누리꾼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시골에서 홀로 지내는 A씨의 아버지(93)는 엿새 전 오후 4시30분쯤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번 A씨가 사다 준 양념통닭이 먹고 싶다고 했다. A씨가 “아버지, 금방 시켜 드릴게요. 30분만 기다리세요”라고 하자 아버지는 “미안허다”고 전했다.
A씨는 아버지의 치킨을 주문하면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는 “그게 뭐라고 93살 우리 아버지는 얼마나 망설이다 전화를 하신 걸까”라며 “워낙 자존심도 강하시고 대쪽 같은 분이라 부탁 같은 걸 안 하시는데 ‘미안하다’며 치킨이 먹고 싶어서 생각이 난다고 하시니 눈물을 못 참겠더라”라고 털어놨다.
A씨의 남매들은 혼로 시골집에서 생활하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당번을 정해 매주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고향집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아버지가 넘어져 다리를 불편해하고 입맛을 잃으면서 6남매가 다양한 음식을 챙겨드리던 차였는데, 아버지는 한 치킨업체의 양념통닭을 떠올렸다고 한다.
치킨을 배달한 업체는 다리가 아픈 아버지를 위해 거실까지 배달해 달라는 A씨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고, 이후 A씨에게 배달 확인 전화까지 해줬다고 한다.
A씨는 “배달 기사님이 아버지께 ‘따님이 두 마리 보내셨다’고 큰소리로 알려드리는 모습까지 홈캠으로 봤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사연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돼 15일 기준 조회수는 126만회, 좋아요도 3만5천여 개를 넘 등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자 치킨 업체 측이 나섰다.
치킨 프랜차이즈 페리카나는 지난 14일 A씨의 스레드에 “가족을 위해 평생 많은 것을 내어주셨을 아버님께서 치킨 한 마리가 드시고 싶어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를 거셨을 생각을 하니 저희도 마음이 뭉클했다”며 “다음에 또 생각나실 때 편하게 드실 수 있도록 작은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직접 댓글을 달았다.
A씨에 따르면 페리카나는 이후 우편으로 치킨 쿠폰을 보내주기로 했다.
A씨는 이 쿠폰을 아버지만을 위해 쓰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이번 주말 큰언니와 시골집에 함께 내려가 주변의 연로한 어르신들에게도 양념치킨을 나눠드리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15일 “우리 시골집 바로 근처에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계신 집이 몇 가구 있다”며 “페리카나에서 쿠폰을 보내주신다고 해서 이번 주 토요일에 그걸로 양념치킨을 사서 한 마리씩 드리고 오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 같이 페리카나 양념치킨 파티”라며 “우리 아버지는 우리 6남매가 ‘그만 사와라’ 하실 때까지 계속 사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루하루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살고 계신 93살 우리 아버지께 이런 큰 이벤트가 생겨서 즐거워하실 생각을 하니 나도 너무 기쁘다”며 페리카나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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