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22.6억↓…펜트 포함 7가구 10차 입찰
단기 자금 부담에 원베일리·개자프서도 할인 전례
압구정엔 200억대 초대형 펜트하우스 잇단 계획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이 보류지 가격을 낮춰 재매각에 나선다. 앞선 입찰에서 기준가격을 낮췄는데도 펜트하우스를 포함한 7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다. 200억원이 넘는 가격에 나왔던 펜트하우스는 두 달여 만에 몸값을 20억원 넘게 낮췄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청담삼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오는 17일까지 청담르엘 보류지 7가구에 대한 입찰을 진행한다. 지난 9차 입찰에서도 매각되지 않은 84㎡(이하 전용면적) 3가구와 펜트하우스 4가구가 대상이다.
펜트하우스 입찰기준가는 ▷218㎡(102동 3503호) 203억3000만원 ▷202㎡(108동 3502호) 195억원 ▷200㎡(108동 3401호) 177억2000만원 ▷172㎡(107동 3503호) 161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6월 매각 당시 기준가는 ▷218㎡ 225억8600만원 ▷202㎡ 210억7450만원 ▷200㎡ 196억8000만원 ▷172㎡ 178억400만원이었다.
특히 가장 큰 218㎡는 지난 6월 225억8600만원에서 이달 초 9차 입찰 당시 214억6000만원으로 내려간 데 이어 이번에는 203억3000만원까지 낮아졌다. 두 달여 만에 22억5600만원, 약 10%가 내려간 셈이다. 앞선 9차 입찰 당시에도 조합은 펜트하우스 기준가를 직전보다 5% 안팎 낮췄지만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나머지 펜트하우스 역시 지난 6월과 비교하면 ▷172㎡ 약 17억원 ▷200㎡ 19억6000만원 ▷202㎡ 약 15억7000만원씩 기준가가 낮아졌다. 강남 신축에서도 공급 자체가 드문 펜트하우스지만 160억~200억원대에 달하는 가격 앞에서는 매수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84㎡ 3가구의 기준가도 ▷105동 804호 52억2500만원 ▷106동 605호 51억7000만원 ▷107동 505호 51억9000만원으로 다시 낮아졌다. 9차 입찰 당시에는 이들 물량의 기준가가 55억원 안팎이었다.
단기간에 거액을 마련해야 하는 보류지 특유의 거래구조도 매각의 문턱으로 꼽힌다. 이번 입찰에 참여하려면 기준가격의 10%를 입찰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낙찰 이후 계약금은 낙찰가의 20%이며 나머지 80%는 내년 1월 16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203억3000만원인 218㎡를 기준가격에 낙찰받는다고 가정하면 입찰 단계에서만 20억3300만원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계약금은 총 40억6600만원이며 이후 약 4개월 안에 잔금 162억6400만원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합원 자격 변동이나 소송 등에 대비해 일반에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일반 청약과 달리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주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
희소성이 높은 펜트하우스 보류지가 가격을 낮춘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2023년 입주 당시 185㎡ 펜트하우스 보류지의 최초 입찰기준가를 126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보류지 매각이 잇따라 유찰되면서 같은 해 11월 3차 매각 당시 기준가는 101억원까지 내려갔다. 최초 가격보다 25억원, 약 20% 낮은 수준이다.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역시 185㎡ 펜트하우스 2가구를 보류지로 내놨지만 최초 입찰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당시 34층 물량은 95억원, 21층 물량은 85억원을 최저입찰가로 제시했으나 유찰됐고, 이후 각각 85억원과 70억원에 매각됐다. 특히 21층 물량은 최초 입찰가보다 15억원, 약 17.6% 낮은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정비사업장에서 초대형 펜트하우스 공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일대에서는 기존 아파트에서 보기 어려웠던 초대형 평형이 잇따라 계획되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조합이 실시한 희망평형 조사에서 300㎡ 펜트하우스를 제시했다. 조합원 추정분양가는 210억7070만원으로 산정됐으며, 지난해 실시된 희망평형 조사에서는 해당 펜트하우스에 13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4구역에서도 290㎡ 펜트하우스의 조합원 추정분양가가 210억9000만원으로 제시됐다. 압구정3구역은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대안설계에 펜트하우스 54가구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2가구는 3개 층을 사용하는 405㎡ 규모의 ‘트리플렉스’형 슈퍼펜트하우스로 제안됐다. 공급면적 기준으로는 183평에 달한다.
다만 이들 초대형 평형의 구체적인 공급 방식과 가격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조합원 분양이나 보류지로 남겨 추후 매각하는 방안 등이 가능성으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초고가 펜트하우스 시장이 아직 형성 초기 단계인 만큼, 가격뿐 아니라 세금 부담과 수요층의 성격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청담르엘 펜트하우스 보류지의 경우 최근 세제개편안에 따른 보유세 부담 등을 의식하면서 유찰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비사업지에서 200억원이 넘는 펜트하우스가 등장한 것 자체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초고가 펜트하우스 수요는 기존 고급주택과 단순히 경쟁하는 성격이라기보다, 주거 쾌적성을 중시하면서도 단독주택 수준의 강한 사생활 보호까지는 필요로 하지 않고 대단지의 커뮤니티 시설과 관리 편의성까지 함께 누리려는 새로운 수요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quq@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