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무라카미 첫 개인전 ‘New Nature’
기술로 자연의 생성·소멸을 예술로 구현
신작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
[헤럴드경제(인천)=김현경 기자] 금속 나무의 가지 끝에서 하얀 비눗방울이 꽃처럼 피어난다. 천천히 부풀어오른 거품은 공기 속을 떠다니다가 관람객을 만나 터지거나 바닥에 떨어진 뒤 이내 사라진다.
일본과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듀오 A.A.무라카미의 한국 첫 개인전 ‘뉴 네이처(New Nature)’가 내년 2월 10일까지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자연 이후의 자연(Nature after Nature)’을 주제로 기술을 통해 자연의 생성과 변화, 소멸을 새롭게 구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비눗방울과 안개, 조개껍질 등 자연의 요소에 기술을 접목해 관람객이 자연의 순간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만든다.
두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에페머럴 테크(Ephemeral Tech)’라 명명한다. ‘수명이 짧은, 덧없는’이란 뜻을 가진 에페머럴에 기술의 테크를 붙였다. 기술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자연 현상을 실제 공간에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까지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A.A.무라카미는 “존재의 성질,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오감을 통해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작품화하고자 했다”며 “존재 자체가 덧없기 때문에 찰나의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뉴 스프링(New Spring)’은 높이 6.4m의 나무 형상 금속 구조물이다. 24개의 가지 끝에서 비눗방울이 끊임없이 태어나고 소멸한다. 작품은 벚꽃이 피었다가 지는 순간에서 영감을 얻었다. 관람객은 다시 반복되지 않는 자연의 한순간을 마주하며 찰나이기 때문에 더 인상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A.A.무라카미는 “생명은 세포와 그 안의 에너지로 구성되는데 비눗방울은 세포막을, 안개는 에너지를 상징한다”며 “탄생한 생명은 붙잡을 수 없이 흘러가고 사라지게 된다.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도 찰나를 살아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비욘드 더 호라이즌(Beyond the Horizon)’은 바닥에 자갈밭이 펼쳐져 있고 공중에는 안개가 들어간 거대한 비눗방울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고요한 밤의 정원에서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 달을 보는 듯하다.
작가는 “우주의 해안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지 하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모래알 하나 위에 서 있는 인간이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를 바라보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특히 어떤 소재를 인간의 감성과 연결하는, 한국의 정원에서 달을 바라보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 시리즈(Mud Paintings From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Series)’는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이다. 작품의 출발점은 두 작가가 일본 도쿄에서 된장국을 먹다 발견한 바지락 껍데기이다. 서로 다른 정교한 무늬에 주목한 작가들은 조개가 성장하며 껍데기에 패턴을 형성하는 원리를 생물학적 알고리즘으로 해석해 컴퓨터 코드로 변환했다.
갯벌을 연상시키는 전시장에 놓인 자율형 머드 페인팅 기계는 화폭 위를 움직이며 선과 무늬를 한 겹씩 쌓아 올린다. 조개가 오랜 시간에 걸쳐 껍데기를 성장시키는 자연의 방식을 기계의 움직임으로 옮겨 화폭 위에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많은 무늬 중 선별된 결과는 회화 작품이 된다.
A.A.무라카미는 “바지락 껍데기를 보면 패턴의 변형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며 “우리 눈에는 같아 보여도 자연의 패턴은 반복되는 게 없다. 자연은 반복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기술을 이용하지만, 기술이 작품 세계에 중심에 있지는 않다.
A.A.무라카미는 “자연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기술을 도구로 쓰고 있다”며 “관객이 체험하는 순간에는 기술은 숨겨지고 예술만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작가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연의 순간을 포착하고,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탐구한다.
“평형을 찾기 전에 패턴이 나오는 찰나에 착안한다. 엔트로피로 가는 길에 질서가 나오는데, 그것이 생명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엔트로피라는 과정 중에 있는 굉장히 매력적인 중간 정거장”이라고 말했다.
A.A.무라카미는 일본 출신 아즈사 무라카미와 영국 출신 알렉산더 그로브스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이자 부부다. 무라카미는 건축을, 그로브스는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이들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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