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애프터마켓 개장, 저녁 거래 약 2700종목으로 확대

저유동성 종목까지 거래 늘며 가격 변동성 우려도 커져

VI·시장조성제도 갖췄지만 유동성 부족 해소엔 한계

ETF·ETN 제외에 기관 참여도 낮아 체감 실익은 제한적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애프터마켓이 개장되어 있다. [연합]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애프터마켓이 개장되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거래소가 14일 애프터마켓을 개장하며 ‘퇴근 후 주식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1년 반 동안 사실상 홀로 끌어온 저녁 시장이 경쟁 체제로 바뀌었지만 투자자가 체감할 변화는 크지 않은 반면, 저유동성 종목까지 저녁 거래가 확대되면서 변동성 위험도 함께 넓어졌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애프터마켓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열린다. 기존 오후 4~6시 시간외 단일가매매는 폐지되고, 정규장과 같은 접속매매 방식으로 주문이 실시간 체결된다. 저녁 시간대의 얇은 유동성을 감안해 지정가·최우선지정가·최유리지정가 호가만 허용되고 시장가 주문은 받지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거래 가능 종목 수다. 넥스트레이드 애프터마켓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600여개에 그친다. 거래소는 투자경고·정리매매 종목 등 시장 관리가 필요한 일부를 뺀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 대부분을 대상으로 삼는다. 현재 상장 종목이 2766개에 달하는 만큼 저녁에 손댈 수 있는 종목이 네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문제는 새로 편입되는 2000여개 종목 상당수가 정규장에서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다. 호가창이 얇다는 것은 매수·매도 주문이 특정 가격대에 층층이 쌓여 있지 않다는 뜻이다.

주문이 두껍게 깔린 종목에서는 대량 매도가 나와도 아래 단계의 매수 호가가 차례로 받아내며 충격을 흡수한다. 호가가 비어 있는 종목에서는 한 호가를 다 소진한 주문이 곧바로 다음 가격대로 뛰어넘어가고, 그 사이 간격이 클수록 체결 가격이 급격히 벌어진다. 소량의 주문으로도 가격이 몇 퍼센트씩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저녁 시간대는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가 비교적 많지 않아 이 취약성이 증폭되는 구간이다.

정규장 밖 시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뒤틀릴 수 있는지는 올해 이미 확인됐다.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 시초가가 하한가로 내리꽂히는 일이 약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 발생했다. 프리마켓 개장 직후 전일 종가보다 29.98% 낮은 116만8000원에 거래가 시작됐을 때 체결 수량은 11주에 불과했다. 최초 가격이 단일가매매가 아닌 접속매매로 결정되는 탓에 그 값이 그대로 시초가가 됐다.

당시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는 직전 체결가와 비교하는 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만 있었다. 최초 가격은 비교 대상이 없어 아무 제동 없이 확정됐다. 넥스트레이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삼는 정적 VI를 도입해 14일부터 적용했다.

거래소 애프터마켓은 이 교훈이 반영된 상태로 출발했다. 정규장과 동일한 동적·정적 VI가 처음부터 적용되고, 예상 체결가격이 기준을 벗어나면 주문을 곧바로 체결시키지 않고 2분간 호가를 모아 단일가로 가격을 다시 정한다.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에는 애프터마켓 전용 시장조성제도도 함께 운영한다.

관건은 안전장치가 저유동성 종목의 취약성을 어디까지 덮어주느냐다. VI는 급격한 가격 움직임을 제어하는 장치일 뿐, 부족한 매수·매도 호가 자체를 채워주는 장치는 아니다. 개별 종목에 적용되는 장치라는 한계도 있다

시장조성제도 역시 사전 계약을 맺은 일부 종목에만 적용된다. 가격 급변을 제어하는 장치가 있다고 해서 2000여개 신규 거래 종목의 얇은 유동성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해외에서도 정규장 밖 거래의 구조적 취약성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정규장 밖 거래 규모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정규 거래시간의 체결량에 크게 못 미친다며 유동성 부족을 대표적 위험으로 제시한다.

이창욱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거래소의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담회’에서 “미국에서 거래시간을 늘렸을 때 유동성이 분산되고 자전거래 등 문제가 발생했는데 우리도 시장의 투명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외국인·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정말 큰데, 아무런 대안 없이 무조건 거래 시간을 늘려 개인 투자자를 도박판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규모가 실제로 커질지도 미지수다. 저녁 거래의 주된 이용자는 기관이 아니라 개인이다. 한 투자·운용 부문 관계자는 “기관의 경우 애프터마켓 이용 자체가 굉장히 낮은 편”이라며 “시장이 두 개로 늘었다고 애프터마켓 거래대금이 두 배가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 비중이 높아진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이 거래 대상에서 빠진 점도 체감 실익을 깎는 대목이다. 연금계좌와 ETF로 자산을 굴리는 투자자에게는 저녁 시장이 열려도 손댈 상품이 없다.

증권사가 떠안는 부담은 확실하다. 거래소 조사에서 약 50개 증권회원 가운데 38개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95.2%에 이른다. 사실상 전 업계가 들어가는 구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시간이 늘면 어쨌든 업무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형사는 거래시간 확대로 얻는 실익이 적은 반면 부담에만 노출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시간 연장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규장이 끝난 뒤 나온 실적 발표나 해외 변수를 다음날 개장까지 기다리지 않고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그만큼 다음날 시초가에 충격이 한꺼번에 몰리는 부담이 줄어든다. 해외 투자자가 자국 시간대에 국내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는 점도 접근성 측면의 개선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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