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10조원 넘게 팔아치운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우는 8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방안이 발표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보통주와 우선주 사이에서 엇갈렸다.
14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환원 방안 발표 직후 거래일인 8월 24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삼성전자 보통주(3조2571억원)와 SK하이닉스(7조3721억원) 10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반면 삼성전자우는 같은 기간 8035억원을 순매수하며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가운데 개인 순매수 1위에 올랐다.
개인들의 삼성전자우 매수세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직후 도드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장 마감 후 이사회를 열고 올해 주주환원 잔여 재원이 90조~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30조원은 3분기 현금배당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조~80조원은 내년 초 집행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개인들의 매수세가 우선주로 쏠린 데는 향후 자사주 매입·소각에서 우선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보통주를 10%에 가까운 수준까지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소각하면 두 회사의 지분율이 올라간다. 금산법상 계열 금융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지 않도록 하려면 두 회사가 보유 주식을 일부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이 같은 지분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보통주 대신 우선주가 주주환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국내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다는 이유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과 공개매수 과정에서도 보통주보다 소외되면서 할인된 가격에 거래돼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소각 과정에서 우선주 비중을 높일 경우 우선주에 적용돼온 할인도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 겸 변호사는 “그동안 국내 우선주는 사실상 무의결권 보통주로 취급돼 왔다”며 “자사주 매입·소각에서 우선주가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그간 우선주를 할인해온 요인이 상당 부분 제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내년 주주환원에서 우선주가 예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주 자사주 소각에 제약이 있는 만큼 우선주 매입·소각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그간 보통주보다 할인돼 거래돼온 우선주의 재평가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내년 초 집행할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10~20조원으로 추정하면서, 이 가운데 우선주에 배분되는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는 “보통주 소각 시 발생하는 금산법 문제를 고려하면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재원에서 우선주의 자사주 매입·소각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선주 매입·소각 확대 여부는 삼성전자가 남은 주주환원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달렸다.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금융계열사의 지분 매각을 피하기 위해 주주환원 재원을 전부 배당으로 돌리기보다는 일부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금융계열사 블록딜로 지배력 저하를 우려해 주주환원 재원의 100%를 배당에만 쏟는다면 주주환원의 질에 대한 시장의 평가 절하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차이가 커졌을 때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인 전례가 있다. 창사 이래 자사주 소각 물량 가운데 우선주에 배분된 비중은 약 16.9%였으며, 2015년 첫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서는 전체 매입 금액의 30%를 우선주에 배분했다.
9월 말 배당락을 앞두고 배당 측면에서도 우선주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다. 최근 종가 기준 삼성전자우는 19만3300원으로 보통주(25만9500원)보다 25.5% 낮다. 같은 주당 배당금을 받는 만큼 투자금 대비 배당수익률은 우선주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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