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책임론엔 “억지”…중기중앙회·중견련은 수년간 반대
‘주가누르기 방지법’ 대표발의…후보 지명 후엔 ‘상폐 속도조절’
52시간제 유연화엔 “일리 있다”…‘규제개혁부 장관’ 자처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5일로 다가오면서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 주력했던 정책 기조와 장관 후보자가 된 뒤 내놓은 발언 사이에 간극이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그동안 노란봉투법을 옹호하고 상법 개정과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등 개혁 의제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에는 벤처업계의 주 52시간제 완화 요구에 “일리 있다”고 평가하고,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 강화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과 예외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후보자가 기존 정책 철학과 중소·벤처기업의 이해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세울지가 15일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봉법 책임론엔 “억지”…중기중앙회·중견련은 “기업 옥죄기”
첫 번째 쟁점은 노란봉투법이다. 이 후보자는 민주당이 강하게 추진했던 ‘노봉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역할한 주요 멤버 가운데 한명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23년 노봉법에 대해 ‘합법 노조 활동 보장법’이라 강조하면서 “노사 상생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합법 노조 활동 보장법’ 처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노봉법을 두고 “9월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될 법”이라며 “9월 정기국회의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개인 자격으로도 입장은 이어졌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뒤인 2025년 8월27일에는 법 시행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재계 우려에 대해 “그야말로 정말 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노동자의 처우와 법적 지위가 크게 다른 현실을 거론하면서 “국민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이 헌법상 기본권도 보호받지 못하게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법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올해 5월에도 지상파의 한 방송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을 노란봉투법과 연결한 야권 주장에 대해 “억지스러운 주장”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하청노동자의 원청 교섭 요구권과 노동쟁의 대상 확대, 합법적 쟁의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을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으로 직접 설명했다. 같은 방송에서는 특수고용·프리랜서 등이 기존 노동법 보호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오랫동안 싸워서 쟁취해온 지금의 아주 높은 문턱을 가진 이 노동법이라고 하는 것을 바꿀 때가 됐다”고도 말했다.
2023년 ‘반드시 통과’, 2025년 재계의 일자리 감소 우려에는 ‘과장’, 2026년 노란봉투법 책임론에는 ‘억지’라는 표현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 후보자가 노란봉투법을 지속적으로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평가해왔다는 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에 비해 그간 중소·중견기업계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23년 2월 노란봉투법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자 낸 논평에서 “산업현장에서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가 더욱 늘어나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노사관계에도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고,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 대표발의…장관 지명 후엔 “속도 조절 필요”
정치권 안팎에선 이 후보자가 의원 시절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분야 중 하나로 ‘주가 부양 정책’이 언급된다. 이 후보자는 2025년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는데, 상장사의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의 상속·증여 주식을 시장가격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비상장회사 평가방식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주가가 높을 수록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하는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소극적이 되는 배경을 없애자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법안이었다.
이 후보자는 올해 5월 라디오 발송에 출연해 “대주주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는 게 반갑지 않은 것”이라며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기업의 경우 상속·증여 과정에서 공정가치를 적용해 이 같은 유인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1월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했는데 이 후보자는 해당 자리에선 주가누르기 방지법에 대해 직접 대통령에 의견을 전달, 이 대통령으로부터 “추진해보자”는 의견을 들었다고 본인이 소개했다. 소위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던 정치인 가운데 한명이 이 후보자였다.
반면 중기부 장관 후보자가 된 뒤에는 관점이 다소 변화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 10일 벤처기업협회를 찾아 금융당국의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 강화와 승강제 도입에 대해 “큰 방향이나 기조가 옳더라도 속도와 구체적인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진행된 상장폐지 기준 강화의 속도가 시장이 감당할 수준인지, 기존 주주 보호대책은 충분한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이 이 후보자의 설명이다. 필요하면 금융위원장과 직접 토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벤처기업 특성상 임직원 보상을 위해 자사주를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있어 대기업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예외 규정 보완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가누르기 방지법과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 강화는 큰 틀에서 주가 부양을 목표로 제시된 법안들이다.
이소영 “규제개혁부 장관”… 과거엔 기업 규제 법안 발의 다수
세 번째는 이 후보자가 스스로 내건 ‘규제개혁부 장관’이라는 간판이다. 이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첫 출근길에서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넘어 규제개혁부 장관이라는 마음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을 찾은 지난 10일에도 기업의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규제 대부분이 다른 부처 소관이라며 필요하면 해당 부처 장관과 직접 토론하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의원 시절 이 후보자의 입법 활동에는 기업 활동 규제하는 법안들이 다수다. 이 후보자는 2020년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무역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후·환경 정책 차원의 입법이었지만 대기업 EPC뿐 아니라 발전 기자재를 공급하는 협력 중소기업의 해외 수주 기반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2023년에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국가의 식품·수산물 및 가공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해 여부와 관계없는 수입 금지는 과도하다는 의견을 냈고,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식자재 물가 상승 등 외식업계 부담을 우려했다.
같은 해 8월22일 대표발의한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개정안은 규제 범위를 한 단계 더 넓혔다. 기존에는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한 거짓·과장·기만 광고를 규제했지만 이 후보자 안은 이를 기업의 서비스 제공과 사업수행 과정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또 지난해 8월 26일 대표발의한 온실가스 배출권법 개정안에는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의 비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이 후보자 안은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의 총 무상할당 비율을 80% 이하로 제한하고, 배출권 제출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때 부과하는 과징금의 기존 1t당 10만원 상한을 없애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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