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방첩사 몫까지 떠안은 경찰
안보경찰 10년 전보다 100명 줄어
대공수사권 이관 후 내리 정원 미달
10년 이상 안보수사 베테랑 12%뿐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경찰의 안보수사 인력은 10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고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경찰 5명 중 1명은 안보수사 경력이 1년도 되지 않는 ‘신참’이다. 지난달 국군방첩사령부마저 해체되면서 경찰이 사실상 안보수사 전담 기관이 됐으나 커진 책임에 비해 전문 인력 기반은 극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대공수사를 전담하기 시작한 2024년 1월 1일 이래 3년 연속 경찰의 안보수사 인력은 정원을 충족하지 못했다.
올해 6월 기준 안보경찰 수는 2265명으로 경찰이 책정한 정원 2315명보다 50명이 부족했다. 이는 2017년의 2365명에 비해 100명이나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역시 안보경찰 정원 2317명 가운데 2253명을 채우는데 그쳐 64명이 결원이었다. 그 직전 해인 2024년에도 안보경찰은 2285명으로 정원 2311명에 26명 미달했다.
경찰 안보수사 인력의 질적 공백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보경찰의 70% 가까이는 안보수사를 해 본 경력이 5년에도 미치지 못했고 절반 이상은 전문 보직인 ‘안보수사 경과’를 부여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안보경찰 현원 2265명 가운데 안보수사 경력이 1년 미만인 인력은 478명으로 21%를 차지했다. 5명 중 1명꼴로 관련 수사 경험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경력 5년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1545명으로 68%에 달했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 경력자는 278명으로 12%에 불과했다. 안보수사 경과를 보유한 인력은 1097명으로 전체의 48%에 그쳤다. 나머지 37%는 일반수사 경과자 841명, 14%는 별도의 경과가 없는 인력 327명이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2020년 법 개정 이후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다. 경찰이 국정원이 축적해 온 대공수사 역량을 이어가려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경찰은 2022년 ‘대공수사 인프라 역량 강화 종합 계획’과 2023년 ‘안보수사 경찰 조직 개편·인력 운영 방안’ 등을 통해 우수 인력풀을 선발하고 전문 인력을 장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대공수사권을 전면 이관받은 첫해부터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현재까지 정원 미달 상태가 이어지는 데다 장기 근속해 전문성을 쌓은 인력도 일부에 그치고 있다.
건수 실적 위주 평가에 승진 불리
정권 기조 따라 업무 연속성 흔들
안보경찰들은 경찰 조직 내 안보수사 기피가 고질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업무 특성상 승진에서 불리하다는 인식이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024년과 지난해 안보수사 기능에서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안보경찰은 “안보수사는 민생수사처럼 주목받기 어려운 탓에 타 기능보다 조직 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효능을 바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보수사를 형사나 경제수사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구조 자체가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 처리 실적이 평가에 반영되다 보니 단순 건수로 따지면 다른 수사 기능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보수사 부서에서 5년 넘게 근무한 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 자체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데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진행돼 소위 품이 많이 들어가는 수사가 대부분”이라며 “송치 실적으로도 평가를 받기 때문에 안보수사를 오래 할수록 승진과 멀어지기 쉬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공수사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수사와 달리 단기간에 가시적인 실적을 내기 어렵다. 통상 간첩 사건에 적용되는 핵심 처벌 조항인 국가보안법 제4조(목적수행) 위반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인원은 2015년부터 10년간 24명이었다.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완전히 넘겨받은 이후 이 혐의로 검거한 인원은 2024년과 지난해 각각 2명씩 총 4명이었다.
정권 기조에 따라 수사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기피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안보 업무 자체가 정권의 성향을 많이 타는 게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라며 “어느 정권이냐에 따라 안보수사가 위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송치 현황을 보면 시기별 편차가 뚜렷하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경찰이 검거해 송치한 인원은 총 308명으로 연평균 61명이었다. 같은 기간 국정원은 87명, 방첩사는 11명을 송치했다.
반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경찰의 송치 인원은 132명으로 연평균 26명에 그쳤다. 직전 5년과 비교하면 5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정원과 방첩사의 송치 인원도 각각 34명과 3명으로 줄었다. 이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경찰의 송치 인원은 107명으로 연평균 35명까지 다시 늘었다. 이 기간 국정원은 19명, 방첩사는 1명을 송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체 안보수사관의 역량을 상향 평준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장기 내사·수사 특성을 더 충실히 반영한 인사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ri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