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플라이휠’ 본격 가동
40여 대 데이터 수집차 주야간 운행
SER 활용해 돌발상황 자동 기록·학습
엔비디아 협업·아트리아 AI 투트랙 전략
그룹사 센서 표준화…광주서 레벨4 실증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실제 도로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인공지능(AI) 학습과 검증, 차량 적용으로 연결하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을 본격 가동한다.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쌓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어려움을 겪는 ‘엣지 케이스(예외 상황)’를 빠르게 찾아 반복 학습시켜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그룹은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포티투닷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미디어데이’를 열고 자율주행 개발 전략과 데이터 플라이휠 구축 현황을 공개했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특정 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며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며 그 결과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엣지케이스 골라 반복 학습…‘데이터의 질’로 고도
데이터 플라이휠은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 학습과 검증에 활용한 뒤 개선된 모델을 다시 차량에 적용해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다. 차량 운행이 늘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AI 성능이 높아질수록 더 다양한 주행 상황을 소화하면서 다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40여 대의 데이터 수집 전용 차량을 주야간 운영하고 있다. 도로공사 구간이나 악천후, 갑작스러운 차로 변경, 이면도로 주정차 차량 등 현실 도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엣지 케이스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AI가 특히 어려워하는 상황을 집중 학습시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하드 이그잼플 마이닝’을 통해 엣지 케이스를 자동 선별하고, 이후 ‘컨티뉴어스 트레이닝’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해당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시킨다. 실제 도로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상황은 가상 환경으로 만들어 검증한다.
자율주행 중 특이 상황을 자동 기록하는 ‘스페셜 이벤트 리코더(SER)’도 데이터 플라이휠의 핵심 장치다. 급가속·급제동이나 불안정한 차간거리, 자율주행 기능 해제 등의 상황을 자동으로 저장해 AI 학습에 활용한다. 향후에는 AI가 스스로 자신의 취약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 확보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외부 기술로 속도, 자체 AI로 주도권…‘투트랙’ 전략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데이터 체계를 바탕으로 외부 기술 활용과 자체 기술 개발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상반기 엔비디아 설루션 기반 레벨2+ 기능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2029년 하반기에는 아트리아 AI 기반 레벨2++ 차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선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컴퓨팅 플랫폼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양산 속도를 높인다. 동시에 AVP본부와 포티투닷은 엔드투엔드(E2E) 기반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 AI’를 공동 개발해 장기적인 핵심 기술을 내재화한다.
엔비디아 설루션을 먼저 양산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개발 경험도 아트리아 AI 고도화에 활용한다. 권정현 현대차·기아 자율주행개발센터장 부사장은 “엔비디아 설루션으로 먼저 양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 대부분이 아트리아 양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그 노하우와 데이터를 아트리아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티투닷은 아트리아 AI의 E2E 모델과 함께 차세대 기술인 비전·언어·행동모델(VLA)도 병행 개발하고 있다. E2E가 카메라 등 센서 입력을 차량의 행동으로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라면, VLA는 여기에 언어 기반의 상황 이해와 추론 과정을 더한다. 차량이 단순히 ‘어떻게 움직일지’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함께 이해하고 설명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포티투닷은 이를 통해 기존 주행 데이터만으로 학습하기 어려운 희귀 상황에 대한 대응력과 설명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희석 포티투닷 트리온 그룹 GL은 “VLA는 AI가 단순히 주행하는 수준을 넘어 상황을 이해하고 추론하며 행동하는 피지컬 AI 구현의 핵심 기술”이라며 “자율주행을 시작으로 로보틱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서 체계 하나로 묶고…광주 레4 실증 데이터도 활용
현대차그룹은 데이터 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현대차·기아와 포티투닷, 모셔널 등이 사용하는 센서 체계도 단계적으로 통합한다. 현재 각 조직은 개발 목적과 이력에 따라 서로 다른 센서를 사용하고 있다. 센서 구성이 달라지면 수집되는 데이터 형태도 달라 AI 학습에 활용하기 위해 별도의 가공 과정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10’을 중심으로 표준화한다. 향후에는 서로 다른 차량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같은 기준으로 축적하고, 장기적으로는 같은 센서 생태계를 사용하는 외부 파트너의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표준 센서 체계에는 카메라 10개와 전방 레이더 1개, 초음파 센서 12개를 기본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차급에 따라 장착 위치는 달라질 수 있지만 가능한 한 많은 차종에 동일한 센서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차량용 컴퓨터로는 엔비디아 오린X와 토르 등이 검토되고 있다. 박 대표는 “고객이 차를 산 뒤 7~8년 후에도 최신 모델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최소 하드웨어 사양을 확보하고자 한다”며 “현 시점에서는 오린X가 최적의 선택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도로 레벨4 자율주행 실증도 데이터 플라이휠 확대와 연결된다. 현대차그룹은 국토교통부와 협업해 연말 광주에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SDV 페이스카 기반 실증차를 투입한다. 실증 과정에서 확보한 다양한 주행 시나리오와 돌발 상황 데이터는 다시 AI 학습과 성능 개선에 활용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레벨2+ 이상의 양산형 운전자 보조 기술과 향후 레벨4 기술의 완성도를 함께 높일 방침이다.
권 부사장은 “자율주행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보다 이를 얼마나 빠르게 학습과 검증, 성능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