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미프진 도입 사실상 공식화
낙태죄 위헌 결정 이후 7년 만
제도 공백 속 SNS서는 불법거래
가짜약 팔아 이득 챙기는 범죄도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 후 이어진 7년의 입법·제도 공백. 방치된 상태에서 암암리에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을 사고 파는 이들은 하나의 블랙마켓을 형성했다. 하지만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약물은 약사법 위반일뿐 아니라 정체나 품질을 알 수 없다.
정부는 최근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하며 진공 상태였던 합법적 임신중지의 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는 향후 청소년 등 취약 계층 여성의 안전한 복약이 보장될 수 있다면서도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임신 시점(주수)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NS서 판치는 임신중지 약품…짝퉁 약품도
12일 엑스(X)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비공식적으로 확보한 미프진을 판매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곧 판매글이 나왔다.
한 게시글에는 “국내 산부인과에서 직접 처방 받은 미소정 12정 20에 개인양도합니다”라고 임신중지 의약품 판매 정보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판매자는 해당 게시글에서 “24년 장기양도자라 후기 많음”이라고 판매자 신용을 홍보하고 “처방전 및 정확한 복용법은 양도 확정 후 알려드려요”라며 거래 방법에 대한 안내했다.
게시글에는 “미프진 판매하시는 분 중 믿을 분이 없어서 연락드렸어요. 과거에 약 구매했던 적이 있어요”라는 구매자의 후기도 첨부됐다. 또 판매자가 “(임신)테스트기 있으시면 내일 아침부터 해보시고, 하루하루 앞줄이 연해지는지 체크해도 된다”며 “웬만하면 부정출혈 핑계로 병원 가는 게 좋다”고 투약 이후 대응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SNS에는 이 외에도 최근까지 활발하게 사후피임약이 거래된 흔적이 나온다. 게시물을 살펴보면 “미프진 판매합니다. 18.0(가격) 배송비 포함 급처합니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정품이에요!”, “미프진 안 팔려서 15만원으로 가격 인하합니다. 정품인증 가능합니다” 등 가격 정보 및 정품 여부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SNS 판매글로 정품을 강조하는 이유는 가품이거나 신뢰할 수 없는 미프진이 판치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미프진 판매자 A씨는 인도의 온라인쇼핑몰에서 미프진을 구해다가 국내에 내다 팔았다. 그는 2024년 9월까지 총 112회에 걸쳐 1903만원 상당의 미프진을 판매하던 중 약사법 위반으로 검거됐다.
아예 가짜약을 팔다가 검거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 대전경찰청은 중국산 가짜 의약품을 미국산 미프진으로 속여 불법으로 유통한 일당을 약사법 위반으로 검거했다. 이들은 중국 밀수업자를 통해 한 세트를 8만원에 구매해 38만원에 되팔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300여명을 대상으로 1억3000만원의 범죄수익을 올렸다.
4명 중 1명, 약물 통한 임신중단…정부 “도입 가닥”
이 같은 암시장에서의 거래는 늘어나는 모양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임신중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총 3189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414건 ▷2022년 643건 ▷2023년 491건 ▷2024년 741건 ▷2025년 682건 ▷2026년 5월 218건으로 집계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2019년 낙태죄 위헌 판단 이후 임신중지 수술만 아니라,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도 있다는 게 대중에 알려졌다”고 증가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임신중지 의약품 사용은 위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의 어엿한 옵션이 된 상태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팀이 임신중단을 고려했거나 경험한 여성 64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23.9%(153명)의 응답자가 약물을 활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술과 약물을 동시에 활용했다는 응답자도 7명 있었다.
제도의 공백 속에서 수요는 커지자 정부도 미프진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관계자 간담회에서 미프진 도입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여성계가 얘기를 하고 있다”며 (초기) 2년은 원내처방, 원내제조하고 2년 뒤에는 병원처방, 원외약국 제조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관계부처는 미프진의 국내 사용 허가를 검토하고 있다. 초기 임신 단계에 국한해 처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연내 국내에서도 합법적으로 미프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김동식 박사는 “임신중지를 고려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청소년 또는 20대”라며 “제도 안에서 약물을 허가해서 의사의 진단, 약사의 복약 지도 등을 통해 안전하게 복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물을 사용하는 임신 주수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여성계 간 차이가 있다”며 “향후 간극을 좁혀서 약물 사용 주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k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