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사건 관리 강화 지침
악의적 사건 방치·지연 판단 시
수사관 자격 박탈·감찰 등 불이익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내달 새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 수사력에 대한 우려가 일자 경찰이 사건관리 지침을 강화했다. 인사상 불이익의 기준이 되는 수사관의 사건 방치·지연율 기준을 하반기 인사에서 강화해 적극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도록 ‘압박’하기로 했다.
강화된 기준에 미달한 수사관은 인사이동(전보)이 결정된 후에도 최대 2주간 현 부서에 남아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해당 기록은 꼬리표로 남는다. 수사관이 사건을 악의적으로 방치·지연한 것으로 확인되면 수사관 자격을 박탈하고 감찰하기로 했다.
경찰은 10월 이후 경찰에 집중될 민생 사건과 약 14만건의 검찰 미제 사건이 넘어올 것에 대비해 ‘수사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수사관 약 1907명을 증원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기동대 인력을 줄여 수사관 800여명을 늘리는 등 총 2000여명을 보강할 계획이다. 더불어 이번 지침으로, 단순 인력 증원뿐 아니라 사건 처리율이 저조한 수사관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까지 더할 예정이다.
인사상 불이익 기준 되는 사건 방치·지연율 기준 ‘상향’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경찰청은 ‘전출 전 자기 사건 책임수사’ 지침을 내렸다. 인사상 불이익의 기준이 되는 사건 방치·지연 기준을 보다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기준은 9월 중 시행 예정인 하반기 인사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전국 시도청에 하달했고 각 시도청이 세부 내용을 정했다.
서울경찰청은 수사관에 대한 ‘전보유예 및 악의적 방치·지연 기준’을 강화했다. ①인사 시점 수사관 1명이 보유한 사건이 20건을 넘긴 경우 ②장기 또는 미진행사건에 대해 기존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준 미달 수사관은 전보유예·수사경과 해제(수사관 자격 박탈)·수사감찰 등 불이익을 부과하기로 했다. 수사경과는 경찰 입직 후 수사관이 되기 위해 시험을 통해 취득하는 자격이다.
20건 이상 중 ‘6개월이 넘은 장기사건 4건 이상’(기존 5건) 또는 ‘3개월 이상 진행이 없는 사건 2건 이상’(기존 3건)을 갖고 있는 수사관은 전보가 유예된다. 최대 2주간 현 근무 부서에 머물며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또는 수사감찰 또는 수사경과 해제를 검토한다.
‘악의적 방치·지연’에 해당하면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수사관의 보유사건이 30건을 넘는 경우 ‘장기사건 8건 이상(기존 10건)’ 또는 ‘3개월 이상 진행이 없는 사건 4건 이상(기존 5건)’ 중 1가지만 해당해도 전보유예 및 수사감찰, 수사경과 해제를 통보한다.
일선 경찰서 한 수사관은 “단순 폭행 등 비교적 간단한 형사사건을 금방 끝내려고 해도 조사 일정 잡고, 자료 수집하면 통상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데 검찰 사건까지 맡게 됐을 때도 이 기준이 유지되면 가혹할 거 같다”고 말했다.
사건처리율 낮은 수사관, 인사 전·후 3단계로 관리
경찰은 ‘전출 전 자기 사건 책임수사’를 ▷인사 발령 전 ▷인사 발령 ▷인사 발령 후 세 단계로 나눠 관리하기로 했다.
우선 인사 발령 전 경찰은 각 시도청 또는 일선서 수사부서의 전출 예정자가 보유한 사건을 시도청 단위에서 관리할 예정이다. 각 수사부서의 관리자와 전출 예정자는 보유 사건을 발령 전 ‘종결할 사건’과 종결이 어려운 ‘인계할 사건’으로 구분해야 한다.
인사 발령 시점에 사건 방치 및 지연 기준을 초과했을 때, 전출자가 ‘수사부서’로 이동하는 경우 전보유예 하거나 수사 감찰 통보를 검토한다. ‘비(非)수사부서’로 옮기는 경우에는 수사경과 해제와 수사감찰을 검토한다.
나아가 관리자에 대한 책임까지 묻는다. 해당 수사관의 관리자의 관리 부실이 밝혀지면 관리자 또한 수사 감찰 통고하거나 인사 참고 자료로 반영한다. 또 규모가 큰 사건을 다루는 시도청 광역수사단 등 직접 수사부서 선발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전보 유예 대상자는 지역을 옮길 경우에도 해당 시도청에 전보유예 기록이 통보돼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
경찰의 인사 발령이 완료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나머지’ 수사를 해야 한다. 대대적으로 조직 인사가 단행된 후에도 전보유예 대상자는 기존 부서에 남아 1주간 사건처리를 한다. 필요시에는 1주 더 연장할 수 있다.
이후 시도청의 자체점검단에서 해당 수사관의 인계 사건 및 장기·방치 사건 등을 점검해 관리할 예정이다. 또 인사상 불이익뿐 아니라 사건 관리 우수사례를 발굴·공유도 해나가기로 했다.
이 지침을 두고 현직 수사부서 과장은 “이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에는 애로사항도 있다”며 “6개월 이상 장기사건 중에는 꼬이는 사건도 있다. 많은 조사가 필요한 복잡한 사건일 수도 있는데 이걸 더 강화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감정을 맡기는 경우에는 6개월, 1년도 기다리는 경우가 있긴 하다. 일괄적으로 보기보다는 사건별로 면밀하게 사유를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기 사건을 쌓아놓고 전출을 핑계로 수사인력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어서 새 형소법 시행을 앞두고 기준을 조정했다”며 “현장 수사관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k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