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여당의 해법은 설득”…낮은 자세로 야당과 소통
청년 AI·야간경제 예산 복원…야당 설득 본격화
서울 주택 문제 해법은 공급…정비사업 지원체계 강화
잠실주공5단지 현장 경험…지역 민원을 서울 정책으로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이성배 서울시의회 제2부의장(국민의힘, 송파4)은 소수 정당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안다. 10대 의회에서 6석에 불과했던 극소수 야당을 경험했고, 11대 의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국민의힘 대표의원을 맡아 다수 여당을 이끌었다. 12대 의회에서는 38석의 소수 여당 소속 부의장으로 여야 협상과 의회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부의장이 내놓은 해법은 ‘낮은 자세의 설득’이다. 야당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만으로 민생 예산과 주요 정책을 지켜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평소 신뢰를 쌓고 의정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하면서 정책의 필요성을 끈질기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의장은 8일 서울시의회 본관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소수 여당은 의석 구조상 야당에 밀릴 수밖에 있기에 정책을 관철하려면 결국 설득해야 한다”며 “설득하려면 관계가 좋아야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임위원회와 간담회 등 모든 의정활동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아침 간담회부터 상임위원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대표의원 시절보다 의회 현안을 세밀하게 살피고 의원들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청년 AI 예산 전액 삭감…미래 준비 기회 막아서는 안 돼
이 부의장은 최근 서울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청년 AI 지원사업과 야간경제 활성화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데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사업이라면 규모를 조정할 수 있지만, 사업의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전액 삭감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청년 AI 지원사업은 단순한 복지성 지원이 아니라 미래 산업에 대응할 역량을 키우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을 얼마나 자주 접하고 능숙하게 활용하느냐가 청년의 취업·창업 경쟁력과 직무 수행 능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의장은 “과거에는 계산기를 사용하면 암산 능력이 떨어진다고 걱정했지만, 지금은 계산기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사람이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다”며 “AI도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다양한 기능을 충분히 경험하고 활용법을 익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무료 서비스만으로는 고도화된 기능을 경험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청년들이 유료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중앙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청년 AI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정책 방향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예산 복원을 위해서는 야당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사업 효과를 설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정쟁의 언어를 앞세우기보다 사업의 필요성, 청년들이 얻게 될 실질적인 혜택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소속 정당이 달라도 많은 의원이 AI 인재 육성과 청년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대화를 끊기보다 계속 만나 설명하고 합리적인 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야간경제는 유흥산업 아닌 문화·관광·생활경제
야간경제 활성화 사업도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음식점이나 유흥업소 지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야간 운동, 문화공연, 관광, 쇼핑, 가족 여가 등 시민의 저녁 시간을 풍성하게 만드는 생활경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회식과 음주 중심의 야간문화는 줄어든 반면 운동, 취미, 가족 단위 여가를 즐기려는 수요는 커졌다. 서울의 정책도 이 같은 생활양식 변화에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부의장은 “서울에는 한강, 광장, 공원, 전통시장, 관광특구 등 야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많다”며 “시민과 관광객이 저녁 시간에 축제와 공연을 즐기고 인근 상권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면 지역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명동 신세계백화점의 미디어파사드를 들었다. 시민과 관광객이 영상을 보기 위해 명동을 찾고, 관람 전후 주변 음식점과 상점을 이용하면서 소비가 상권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야간경제는 단순히 영업시간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며 “문화·관광 콘텐츠를 통해 체류시간을 늘리고 주변 상권으로 소비가 이어지도록 만드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도시 경쟁력과 소상공인 매출을 함께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주택 문제 핵심은 공급…정비사업 속도 높여야
서울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주택공급을 제시했다.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대규모 가용지가 부족한 만큼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높여 실질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부의장은 “물건이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가고 부족하면 오르는 것이 시장의 기본 원리”라며 “서울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용산공원 등 시민을 위한 공공 공간을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공원 해제를 통한 공급이 시작되면 다른 공원과 녹지에도 개발 압력이 가해질 수 있는 만큼, 기존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도심에서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을 통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있지만 조합 내부 갈등이나 행정 절차 지연으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서울시의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자치구가 사업 초기부터 조합과 서울시 사이의 조정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조합장이나 용역업체가 개별적으로 서울시를 찾아 협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치구 공무원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비사업 지원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자치구가 사업 단계별 쟁점을 사전에 점검하고 서울시 협의에 동행하면 사업 기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 확대도 주문했다.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장기간 표류하는 지역에는 공공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갈등을 조정하고 행정 절차를 안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부의장은 “주민들이 사업 추진에 동의했더라도 관리계획 수립 등에 1년 이상이 걸리면 이사와 세대교체, 시장 상황 변화로 주민 의사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갈등이 생기는 만큼 주민이 뜻을 모았을 때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실주공5단지 세 차례 심의…현장에서 쌓은 문제 해결 경험
이 부의장의 주택정책 구상은 송파 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을 직접 지원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잠실주공5단지는 학교용지와 기획재정부 소유 토지, 기존 학교 존치, 신속통합기획 적용 등 여러 쟁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세 차례 거쳤다.
그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한 번 통과하기도 쉽지 않다”며 “잠실주공5단지는 학교용지 이전과 기존 학교 존치, 신속통합기획 적용 문제를 차례로 풀어가며 세 번의 심의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잠실 우성1·2·3차 재건축과 잠실본동 모아타운도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해 온 주요 현안이다. 주민들에게 신청을 서두르도록 독려하고 서울시 심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등 사업이 적기에 추진되도록 실무적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재건축은 선거 때만 관심을 보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조합과 주민, 서울시를 수시로 만나고 쟁점이 생길 때마다 해법을 찾아야 사업을 앞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경험도 민원 해결에 도움이 됐다. 예산 편성 구조와 집행 절차를 파악하고 있어 민원이 접수되면 담당 부서와 필요한 재원을 신속하게 찾아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민원을 들은 뒤 ‘알아보겠다’는 말만 하기보다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한다”며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가능한 행정 절차와 대안을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 주민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비례대표에서 지역구 재선까지…‘줄투표’ 시대 끝났다
이 부의장은 10대 의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뒤 송파4 지역구에서 두 차례 연속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정당만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이른바 ‘줄투표’가 점차 약해지고 있음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정당 지지도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주민 민원을 얼마나 충실하게 해결했는지도 후보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부의장은 “지역구 의원에게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일을 꼼꼼하게 챙기고 주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거를 앞두고서야 얼굴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4년 내내 경로당과 주민자치위원회, 지역 행사를 꾸준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라고 소홀히 하거나 약한 지역이라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모든 동을 직접 찾아 민원을 듣고 예산과 정책으로 답하는 과정이 쌓여 정치적 신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3선 의원이 되면서 의정활동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초선 때는 제도와 절차를 배우는 데 집중했고, 재선 때는 주요 정책과 예산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의원들의 다양한 입장과 의회 전체의 흐름까지 살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후배 의원들에게 편하게 조언할 수 있고 재선 때는 하기 어려웠던 조정 역할도 맡을 수 있게 됐다”며 “그만큼 다선 의원으로서 책임이 크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의장 취임 이후에는 하루 일정이 30분 단위로 이어질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상임위원회 현장 방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담회, 각종 의회 행사에 가능한 한 직접 참석하며 의원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
이 부의장은 이를 ‘영업하는 마음으로 뛰는 정치’라고 표현했다. 정책을 추진하려면 상대방을 만나 설명해야 하고, 평소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야 어려운 협상에서도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의 인기보다 10년 뒤 평가받는 정책 만들 것
이 부의장은 정책의 성패를 당장의 반응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10년 뒤 도시의 부담으로 남는다면 잘못된 정책이고, 현재 논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서울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추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노들섬과 도시재생 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노들섬에 문화시설을 조성하려던 과거 계획이 이어졌다면 세계적인 문화 명소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도시재생도 지역의 물리적 환경과 주민 생활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은 석재 중심으로 지어져 수백년 동안 유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의 노후 저층 주거지는 생활 편의와 안전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며 “보존할 지역과 개발이 필요한 곳을 명확하게 나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사가 심한 노후 주거지에 외관 정비 중심의 재생사업만 적용하면 고령 주민의 이동 불편과 주거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 특성에 따라 재생과 재개발 중 적절한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부의장은 앞으로 2년 동안 자신이 돋보이는 의회보다 의원 개개인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는 의회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초선 의원의 새로운 시각, 재선·3선 의원의 경험이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의장단이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서울시의원들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 시민을 대하는 자세가 과거보다 크게 향상됐다”며 “의원들이 입법과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지금 맡은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거창한 정치적 목표를 먼저 세우기보다 하루하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민과 한 약속을 지키고 지역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그 성과가 모여 서울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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