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정치권, “특정 은행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우려

금고 평가 ‘지역사회 기여도’ 7점… 협약 내용과 평가 연계 여부 쟁점

업무협약 후 하나은행 제1금고 유력 후보로 소문 돌아

지난달 14일 인천시청 접견실에서 열린 인천 ABC+E 산업 금융지원 및 동반성장을 위한 ‘인천광역시-하나은행-하나증권-기술보증기금 업무협약식’에서 최영수 하나증권 전무(왼쪽부터), 박주선 기술보증기금 전무, 송현석 인천시 정책수석, 이호성 하나은행 은행장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지난달 14일 인천시청 접견실에서 열린 인천 ABC+E 산업 금융지원 및 동반성장을 위한 ‘인천광역시-하나은행-하나증권-기술보증기금 업무협약식’에서 최영수 하나증권 전무(왼쪽부터), 박주선 기술보증기금 전무, 송현석 인천시 정책수석, 이호성 하나은행 은행장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광역시의 68조원대 차기 시금고 선정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인천시 제1금고를 놓고 경쟁을 앞둔 시기에 인천시가 하나금융그룹과 3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하면서 공정성 논란은 불거졌다.

인천시는 금고 공모와 별개의 협약이라는 입장이지만, 지역 시민단체와 인천시의회에서는 협약 내용에 포함된 대규모 투자와 금융지원 사업이 금고 선정의 ‘지역사회 기여도’ 평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027~2030년까지 4년간 68조원, 연간 17조원에 달하는 시민의 돈을 관리할 은행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경쟁 금융기관과 대규모 협약을 체결한 것이 과연 다른 신청 은행과 동일한 조건의 경쟁을 보장한 것인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역사회에서는 두 기관의 업무협약 체결이후 부터 하나은행이 이미 유력한 후보가 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특정 은행 유리한 것 아니냐”… 형평성 문제 제기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즉각 반발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시금고 공모를 앞두고 인천시가 하나금융그룹과 별도의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한 것은 심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금고 선정을 촉구했다.

앞서 송현석 인천시 정책수석은 지난달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천시와 하나은행이 동반성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미리 밝힌 바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 14일 하나은행, 하나증권, 기술보증기금과 손 잡고 민생 경제 활성화와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핵심은 ▷인천 유니콘 펀드 2,000억원 조성 ▷‘ABC-E 육성’을 위한 1,500억원 금융지원 ▷시민 체감형 ESG 사회공헌 ▷동반성장 포용금융 지원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협약이 평가에 반영되는지 명확히 밝혀야”

문제는 이 같은 협약 내용이 시금고 선정 평가와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점이다.

인천평화복지연대에 따르면 인천시금고 선정에서 신용도와 금리, 업무관리 능력 등이 주요 평가요소로 꼽히는 가운데 ‘지역사회 기여도’ 역시 평가항목에 포함된다.

배점은 7점으로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금고 운영 과정에서 은행이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출연금과 협력사업비, 지역 투자 등이 실제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거론된다.

현재 인천시는 전국에서도 높은 수준의 예금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만큼 금리 부문만으로 은행 간 큰 차이를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지역사회 기여도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둘러싼 은행들의 제안이 금고 선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그룹과 체결한 3500억원 규모의 협약이 금고 선정 과정에서 어떻게 취급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해당 협약에 포함된 투자와 금융지원 등이 향후 하나은행의 지역사회 기여나 지역경제 지원 실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금고 평가에서 제외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 이익 최우선 공정심사 요구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시금고 공모 경쟁에 유력 후보로 알려진 하나금융그룹과 인천시가 공모를 앞두고 3500억원대 대규모 투자 협약 계획을 발표한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의원들도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금고 선정을 앞둔 시점에 특정 금융기관과 체결한 협약이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하나금융과의 동반성장 업무협약 체결을 주도한 송현석 정책수석의 법적·행정적 권한과 역할을 인천시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금고 선정 업무와 협약 추진 과정 사이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협약 자체의 적법성 여부뿐만 아니라, 시금고 선정이라는 중요한 행정 절차를 앞두고 인천시가 경쟁에 참여한 특정 금융기관과 대규모 협약을 체결한 것이 다른 신청 은행과의 실질적인 형평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신한·하나 17일 PT서 어떤 평가 내릴지 ‘주목’

인천시는 오는 17일 제1금고에 신청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PT가 예정돼 있다. 제2금고에는 NH농협은행이 신청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번 금고 선정과 관련해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공정한 구성과 함께 정성평가 항목에 은행의 도덕성과 준법성, 4년간 지속 가능한 지역 재투자 계획, 지역사회 공헌 실적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지방은행이 없는 인천의 특성을 고려해 소상공인과 소공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실질적인 금융지원과 민생 지원 방안도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4년간 68조원, 연간 17조원에 달하는 시 재정을 맡길 금고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은행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인천시민에게 어떤 금융·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느냐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제기한 의혹을 해소하고 경쟁 은행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평가받고 있다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차기 시금고 선정 과정에서 인천시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그룹은 9월 중 인천시금고 선정을 앞둔 시기에 본사를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하고 6·3지방선거 이후 부터 지역을 위한 지원사업과 홍보 강화에 총력을 다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gilber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