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디안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 진단
“본주와 ADR 간 큰 가격 차, 버블 증상”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학 개미’가 한국 증시 조정장을 피해 미국 증시로 투자금을 옮기면서 반도체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이들이 집중 투자하는 일부 영역에서 가격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BC는 17일(현지시간) ‘한국 주식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하고 있는 일: 완전 미친 짓’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한국 증시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다시 유입되는 동안 정작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조정을 피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한국예탁결제원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 투자자들이 지난 7월 한 달 동안 미국 주식을 약 45억달러(6조 3607억원) 순매수 했는데, 이 가운데 약 8억 4000만 달러(1조 1870억원)가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주식예탁증서(ADR)에 투자됐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ADR은 서학개미가 미국 증시에서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Acadian)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동일한 기업 주식을 놔두고 미국에서 ADR을 사는 데 대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한국 투자자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의 ADR을 살 이유가 없다”라며 “ADR이 10%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변동성 역시 더 큰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라몬트 부사장은 본주와 ADR 간의 가격 차이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투기 과열의 경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거품(버블) 증상”이라고 했다. 과거 닷컴 버블 붕괴 때도 대만과 인도 기업 사이에서 비슷한 가격 괴리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시장을 바꿨다고 해서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에 대한 강세 전망을 바꾼 것은 아니라는 점도 특이점이다.
7월에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증권 10개 가운데 4개가 레버리지 상품이었는데, 반도체지수 일일 수익률 3배 추종 SOXL, 나스닥 100지수 일일 수익률 2배 추종 QLD, 3배 추종 TQQQ 등이었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투자솔루션 책임은 “모순된 점은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사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자국 시장에서 매도세가 나타났던 것과 동일한, AI 하드웨어 테마와 연결된 종목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윤정인 피보나치에셋운용 대표는 “이들이 꼭 AI 테마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인 것은 아니다. 그저 같은 투자 전망을 드러내는 지리적 수단을 바꿨을 뿐이다”라며 한국 반도체 주식이나 레버리지 ETF에서 손실을 본 일부 투자자들이 미국의 AI 관련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들었다.
라몬트 부사장은 한국 투자자들의 지난달 미국 주식 매수 규모에 대해 “강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전례가 없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한국 시장이 급락하는 동안 미국 주식에 대한 매수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고 했다.
이어 한국 개인 투자 자금 유입은 전체 미국 시장 거래 규모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이어서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2024년 말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의 이른바 ‘양자컴퓨팅’(퀀텀) 관련 주식에 몰려 가격이 급등한 사례처럼 이들이 집중 투자하는 특정 종목이나 일부 영역에선 큰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라몬트 부사장은 한국과 홍콩, 미국 등에서 레버리지 ETF가 확산하면서 시장에 변동성을 더해 시장의 움직임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js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