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의사 ‘또’ 마약류 셀프 투약

프로포폴 야금야금 빼돌리거나

환자 명의로 허위 처방내고 투약

의사의 셀프 마약 처방 금지됐지만

“문서상 오남용 파악하기 어려워”

의사의 마약류 셀프 투약 연출 이미지. [AI로 제작]
의사의 마약류 셀프 투약 연출 이미지. [AI로 제작]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의료인들의 마약류 ‘셀프 투약’이 끊이질 않는다. 의료용 마약류에 접근하기 쉬운 의사들이 갖가지 방법으로 마약류를 빼돌리는 것. 최근에도 자신의 병원에 보관하던 프로포폴을 직접 맞거나, 환자 명의로 졸피뎀 처방을 내고 본인이 투약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나왔다. 환자들에게 정상적으로 처방한 마취제를 일부러 조금씩 남겨서 나중에 셀프 투약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의사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6일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자신의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스스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각종 방송과 유튜브 등에 출연해 여성 건강 관련 정보를 전달하며 이름을 알린 의사였다.

의료인들은 의료용 마약류를 늘 가까이 한다. 의료 업무 목적으로 마약류를 취급하는 의료인은 연기준 10만여명에 달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자신에게 투약하거나 자신을 위해 해당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해서는 안 된다’(제30조)고 규정한다. 하지만 투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례는 이어진다.

지난 2023년 경찰이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을 수사하던 중 그에게 처방했던 의사가 스스로 투약한 사실까지 파악돼 체포된 일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마약류를 부정하게 처방한 병원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프로포폴을 셀프 투약한 정황을 발견했다.

지난 7월에도 강남 일대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마약류를 투약해 온 의사들이 검거됐다. 이들은 투약을 거듭하면서 점차 내성이 생겨 향정의약품인 졸피뎀을 하루 수백정을 복용한 사실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셀프 마약, 처벌 강해졌지만 판가름 어려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초 ‘의료용 마약류 셀프처방 금지 제도’를 시행하면서 의료단체들과 협의해 프로포폴을 최우선 금지대상으로 정했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같은 금지 조치에도 프로포폴 자가 투약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빼낼 길’이 있기 때문이다. 마약류 오남용을 적발하는 특별사법경찰관도 ‘문서’만으로는 오남용 또는 셀프 투약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는 의료용 마약류의 유통·제조·처방·조제 등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독하기 위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님스(NIMS)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 현장에서는 ‘의사가 작정하고 빼내려고 하면 잡을 길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 수사에 정통한 경찰 관계자는 “환자에게 앰플 5병을 처방하고 실제로는 3병만 투약한다. 그 후 남은 2병을 빼돌리는 방식이다”라며 “또 앰플 여러 병을 투약하는 경우 각 앰플에서 용량을 조금씩 남기는 방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빼돌린 프로포폴은 문서상 존재하지 않게 돼 얼마든 의사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약사 출신으로 특별사법경찰관으로 활동한 약물 오남용 단속 전문가는 “프로포폴은 환자의 평소 음주 습관 등에 따라 용량 편차가 크다. 환자 1인당 상한선을 두고 있지만 범주가 넓어서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환자 1명에게 앰플 3병을 썼다는 문서상 기록만으로는 (셀프 투약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전문가는 현장 단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서상으로는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현장 단속을 위주로 하고 있다”며 “실제로 현장에 나가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의료용 간이침대가 아닌 고급 침대가 있는 병원이 있다. 또 유독 침대가 많은 경우 프로포폴 오남용을 의심한다”고 설명했다.


20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