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 등 검사 수사권 삭제
법조계·법학계 물론 피해자들도 우려
억울한 누명써도 진상규명 더 어려워
영장청구권 제한 위헌 논란도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사의 수사권이 역사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신설되는 등 형사사법체계 대변혁이 이뤄지고 경찰 중심의 수사 체계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로 부실수사를 견제할 ‘마지막 안전장치’ 마저 사라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나아가 헌법상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이 있는데도 새로운 법에 따르면 검사가 직접 영장 청구를 하지 못하고 사법경찰관이 신청해야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위헌 논란까지 일고 있다.
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의결 및 공포 절차만을 남겨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직후 청와대가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공포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공포까지 마치면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일부 규정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된다.
▶보완수사권 끝내 폐지, 검사 수사 못해…억울하게 누명 써도 진상규명 더 어려워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 수사권 삭제’다. 개정안에는 ‘검사는 사법경찰관(사경)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관해는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라 규정한 기존 형사소송법 196조 내용이 삭제됐다. 1차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을 보완수사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법조계와 법학계에서 가장 비판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범죄 피해자들도 이에 대해 우려하며 여당의 형사소송법 처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장윤기 사건’에서도 경찰의 사건 은폐·축소 의혹이 뒤늦게 드러난 바 있다.
동시에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벗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실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밝혀내는 일이 더 막막해졌다.
▶최대 2개월 내 보완수사 요구 이행 담았지만…부실·불이행 우려= 여당에선 보완수사권 폐지 부작용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면서 ‘보완수사요구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하지만,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는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개정된 법안에는 사법경찰관이 보완수사 요구를 받으면 최대 2개월 내에 이행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소청에서 담당 수사관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전국 형사법 전공 학자 62인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는 경찰의 수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면담’ 제도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개정안에는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 결정, 재수사 요구 여부 결정·공소 유지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 사건관계인, 전문가 또는 사경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거나 의견서 등 관련 자료를 받는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고소인 등은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해 진술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사건 기록만으로는 실체 파악이 어려워 공소제기나 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추가된 내용이다. 문제는 해당 과정을 통해 얻은 진술이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수사를 수사가 아니라고 한 것이고, 수사가 아니게 하기 위해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7대 범죄 전건송치? “사건을 단순화 하는 것” = 여당은 또 다른 보완책으로 7대 범죄(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 성범죄·스토킹·장애인 학대·노인 학대)에 한해 전건송치 제도를 도입한 것을 언급한다. 하지만 실제 사건이 하나의 범죄나 행위만으로 단순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예를 들어 학생 1명이 (범죄에 연루됐을 때) 갈취 피해도 있겠지만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하는 등 사문서위조도 있을 수 있다”며 “(여당이) 사건을 아주 단순화해서 보는 것 같다. (사건 처리 과정) 효율성은 떨어지게 된다. 이것이 ‘인권 보호’인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영장청구권 제한 위헌 논란…공소기각 사유 확대에 ‘공소권 위축’ 우려=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사실상 제한한 것을 두고서도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에는 경찰이 신청해야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을 검사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소기각 판결 사유로 ▷중대한 위법 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 등이 추가된 점도 논란이다. 야당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재판과 연관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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