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상승 글로벌 자금 유출 가능성

원·엔 동조화 강화, 원·달러 환율 하방압력

엔캐리 청산 우려에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원·엔 환율 변동성↑, 코스피 3% 하락출발

“엔화 방향성, 원화·국내증시 흐름 좌우 변수”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3일 일본 도쿄 재무성에서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위쪽). 한 시민이 이날 도쿄 소재 한 증권사의 미 달러화와 일본의 엔화 환율이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AP]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3일 일본 도쿄 재무성에서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위쪽). 한 시민이 이날 도쿄 소재 한 증권사의 미 달러화와 일본의 엔화 환율이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AP]

미·일 통화당국의 기습 ‘환율 공조’에 엔/달러 환율이 160엔 아래로 급락하면서 국내 외환·자본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엔화 가치 급등하자 원/엔 환율도 뛰었고, 원·엔 동조화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 속에 원/달러 환율에는 하방 압력은 커졌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가 엔화의 과도한 약세를 막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면 투자자들이 빌린 엔화를 갚기 위해 주식 등 위험자산을 한꺼번에 처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외환·주식 시장이 급격한 자금 유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엔/달러 환율은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확장적 재정 기조에 따른 엔화 매도세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달러 매수세가 겹쳐지면서 급등했다. 지난달 말에는 164엔에 육박하며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미국과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규모로 개입하며 엔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일본의 대미 투자 이행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 개입 이후 엔/달러 환율은 150엔 후반대로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었고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도 “향후 추가 공동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국내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한·미·일 3국의 환율 공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엔/달러 환율 급락할 당시 원/달러 환율도 1418원까지 떨어지며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3일 오전 9시 5분께 1431.5원까지 내려간 뒤 오전 9시 30분께 1432원 선에서 거래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무부가 당분간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가 원활하게 이행되도록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공조를 강화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은 강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두 통화의 동조화가 약해졌지만 미·일 환율 공조 계기로 원화와 엔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우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외환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미·일 공조에 원화와 엔화가 동조화돼 원화도 강세가 되면 원/달러 환율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향후 방향은 무엇이 더 세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의 방향성이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엔 환율은 반대로 상방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초 952.3원 수준이던 원/엔 환율은 계속 떨어지다가 24일(896.8원) 900원대가 무너졌고, 30일에는 887.9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다시 급등하며 31일(902.1원) 다시 900원대로 올라섰다. 원/엔 환율은 3일 개장 직후 오전 6시 46분께 918.78원까지 급등했다가 오전 9시 15분께 907.3원까지 떨어진 뒤 재차 급등하며 오전 9시 30분께 917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한일 통화가 동조화되더라도 엔화가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강세를 보이면 원/엔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 ADR(주식예탁증서) 등 원화 강세 요소도 남아 있는 만큼 원/엔 환율은 한동안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이 커질 경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현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고조가 코스피(KOSPI) 하락으로 이어진 사례도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2024년 7월 일본은행(BOJ)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깜짝 인상하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고조되자, 다음달 5일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7.18포인트(3.6%) 떨어진 6358.27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9시 30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1000억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