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플이 미국에서 칩을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 인텔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인텔 진영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맥에 들어가는 자체 설계 칩 생산을 대만 TSMC에 맡겨왔는데, 이번 협력이 현실화하면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될 수 있다.
이미 인텔을 중심으로 한 미국 빅테크들의 협력 구도는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인텔과의 협력 확대와 함께 지분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차세대 AI(인공지능)칩 생산 과정에서도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역시 인텔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생산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8A(옹스트롬) 공정 기반 공급망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마존과 시스코도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인텔과의 연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를 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보여왔다. 그는 “세계가 의존하는 기술은 미국에서 발명됐는데 어리석은 대통령들이 공장을 대만에 빼앗겼다”며 제조업 회귀를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을 10% 확보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설계는 미국 기업이 맡고 생산은 아시아에 의존해 온 구조를 바꿔 제조역량을 미국안에 두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애플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첨단 반도체를 사용하는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산업은 대형 고객을 확보할수록 경쟁력이 커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 수율이 개선되고 공정 안정화가 빨라지게 된다. 오늘날 TSMC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애플과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들의 주문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인텔에 만들어주려는 환경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반도체 업계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첨단 반도체 수요가 인텔로 일부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로서는 인텔과의 경쟁이 한층 격화될 수밖에 없다. 메모리 반도체 역시 미국 내 생산 확대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가 자국 기업 밀어주기로 경쟁의 규칙이 바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국내에서 연구개발과 투자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초과이익을 나눌 궁리만 해선 안 된다.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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