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이 어쩌다가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큰 일본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세계최대’ 수준을 자랑하게 된 것일까. 고용사정 악화 등 구조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업주들의 그릇된 인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근로자는 29만2558명, 체불된 임금 규모는 1조3195원으로 지난 2009년부터 매년 1조원을 넘었다. 2014년 일본의 임금체불 근로자는 3만9233명, 체불액 규모 131억엔(1440억원)에 비해 10배 가까아 된다. 2015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조3779억 달러로 일본(4조1233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하며 시실상 우리나라의 체불액이 일본의 30배에 육박한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우리나라 임금체불이 세계 최고수준이 된 구조적인 이유는 우선 고용시장이 좋지않다. 일본의 경우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탓에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아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구직자를 구하기 힘들다. 일본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이 많다는 점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하도급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보니, 대기업이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등 ‘갑질’을 하면 그 피해가 하청업체의 인건비 감축과 임금체불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근로자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화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업주가 직원임금을 빼돌려 개인빚을 갚거나 다른 회사를 세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지만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 근로감독관은 “상당수 사업주가 경기가 나빠지면 직원들 월급은 주지 않아도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며 “더구나 회사 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음에도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의·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구미에서는 근로자 54명의 임금 7억4000만원을 체불한채 개인건물 신축과 상가매입 등에 회삿돈을 쓴 제조업체 회장 이모(69)씨가 구속됐다. 고급 아파트와 호화 주택, 외제승용차를 소유한 그는 호화주택의 나뭇값으로만 1억원을 넘게 썼다. 월급을 못받은 근로자가 직면한 생계위협에는 무감각했다. 7월에는 원청업체에서 받은 돈 1억8000만원 중 1억4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빚을 갚은 조선사 협력업체 대표 김모(43)씨가 구속됐다. 근로자 50여명의 임금 2억8000만원을 주지 않은 상태였다. 8월에는 회사 재산 대부분을 빼돌린 뒤 도주하고서 2억7000만원을 들여 다른 회사를 인수, 아들 이름으로 경영하던 이모(56)씨가 구속됐다. 직원들의 체불임금은 8억9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악덕사업주 처벌 및 현장 근로감독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0만개 사업장을 감독할 우리나라 근로감독관은 1000여명에 불과하다. 한 명이 1800개 사업장을 감독해야 한다. 근로감독관 수가 1만7000명이 넘는 미국 등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전문가들은 “근로자 생계가 달린 임금은 최우선변제 대상임에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업주가 상당수”라며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강화와 현장감독인력 증원, 사업주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 등 다각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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