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미 숱한 여배우들이 남장여자 캐릭터를 거쳐갔다. 2007년 MBC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을 시작으로 남장여자 주인공을 통해 로맨틱코미디 물이 흥행에 성공했다. 사극 속 남장여자는 단골 캐릭터였다.

윤은혜는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다 2006년 ‘궁’을 통해 연기자로 전향한 이후 이듬해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배우로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진한 화장도 지운 채 미소년으로 변신했다. 걸그룹 이미지를 지우고 우악스러운 ‘먹방’을 선보이며 완벽하게 고은찬 캐릭터에 이입, 드라마는 여전히 윤은혜의 ‘인생적’으로 남아있다. 드라마의 성적도 좋았다. 12.9%에서 출발한 ‘커피프린스 1호점’은 27.8%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남장여자’ 캐릭터의 흥행불패를 알린 신호탄이 됐다.

이후 박신혜가 SBS ‘미남이시네요’(2009)를 통해 정용화 이홍기 등 꽃미남 배우들에게 둘러싸여 남장여자 역할을 소화했고, 설리가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를 통해 남장여자를 연기했다.

사극 속 남장여자 캐릭터의 성공은 문근영에서 시작한다. 문근영은 2008년 SBS ‘바람의 화원’을 통해 조선시대의 화가로 살기 위해 남장을 하는 신윤복을 연기했다. 이 드라마에서 문근영은 남장여자 연기를 통해 박신양(김홍도 역), 문채원(정향 역)과의 러브라인을 그리기도 했다. 남장여자 캐릭터가 가져올 수 있는 묘미를 극대화한 첫 사극으로 문근영은 이 드라마를 통해 그 해 최연소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배우 박민영에게도 잊지 못할 남장여자 캐릭터는 있다. 박민영은 KBS 2TV ‘성균관 스캔들’(2010)을 통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성균관 유생들과 부대끼며 생활했다.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이 출연한 이 드라마에서 예쁜 여배우 박민영은 남장여자로 섞이며 다양한 관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 청춘 로맨스 사극의 신(新)장르가 탄생하던 때였다. 특히 드라마에 출연한 주인공 4인방은 이 작품을 계기로 A급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방송 중인 ‘구르미 그린 달빛’(KBS2)의 김유정은 가장 어린 나이에 남장여자 캐릭터를 소화하며 선배들의 계보를 잇게 됐다. 김유정은 드라마에서 어려서부터 의지할 데 없이 혈혈단신으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라 남장을 한 채 먹고 사는 홍라온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는 홍라온이 구중궁궐의 내시로 입성하게 되며 왕세자를 수발한다.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장을 했다지만 퓨전사극이라는 점까지 더해 드라마는 같은 방송사에서 인기를 모았던 ‘성균관 스캔들’과 닮은점이 적지 않다.

심지어 ‘구르미 그린 달빛’은 남장여자 캐릭터가 얻어낼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서 살리는 긴박한 전개를 통해 시청률 몰이에도 성공했다. 이미 홍라온을 여자로 알고 있는 양반가 자제(진영)와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신은 안 서지만 사랑에 빠져가는 왕세자(박보검)와 삼각 로맨스에 불이 붙었다.

어린 김유정이 보여주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김유정은 사랑스러우면서 싱그러운 모습으로 식상할 수 있는 남장여자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성인이라기엔 아직 어린 나이가 도리어 남장여자를 연기하는 데에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김유정은 앞서 제작발표회를 통해 “선배들이 한 연기를 찾아보고 공부했다. 특히 ‘커피프린스’에서 윤은혜 선배의 연기를 많이 찾아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드라마 속 코드의 하나로 자리잡은 ‘남장여자’는 매 작품마다 흥행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의 연기력이 캐릭터의 성패를 쥐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국 PD는 “여배우라면 누구라도 예뻐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데, 남장여자 캐릭터는 예뻐보이려거나 예쁜 척 하는 모습이 보이는 순간 실패한다”며 “여성 시청자들에게도 호감을 줄 수 있는 중성적인 모습이라야 한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가 역대 최고의 남장여자 연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캐스팅도 관건일 수밖에 없다. 박상주 드라마제작사협회 국장은 “아무래도 너무 뻔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남장여자 연기를 해왔던 배우가 또 하게 되면 캐릭터와 더불어 식상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의외성을 줄 수 있는 인물이 연기를 했을 때 보다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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