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생산, 투자 등 우리나라 경제의 ‘반도체 쏠림’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이는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비(非)제조업, 반도체와 비반도체 제조업 간의 불균형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의 고실적에 해당업종 노동자들의 고성과급 배분 요구가 노사는 물론,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우리 경제의 리스크를 더하고 있다. 산업 간 ‘K자형 양극화’가 투자·자산·소득의 계층간 불평등과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1.7%로 한국은행 자체 전망치 0.9%의 약 2배에 이르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 제조업생산 증가율도 전 분기 대비 3%로 2020년 4분기(3.6%) 이후 최대폭이다. 반도체 생산이 14.1% 늘어 성장세를 견인했다. 4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투자은행(IB)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한달새 대폭 올렸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1.6%에서 2.7%로, JP모건체이스는 2.2%에서 3.0%로, BNP파리바는 2.0%에서 2.7%로, 씨티그룹은 2.2%에서 2.9%로 상향 제시했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1분기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0.2%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수출에서 반도체 편중도 심화하고 있다.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지난해 연간 24.4%에서 올해 1분기 35.8%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 6000조원을 돌파했는데, 반도체 투톱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SK하이닉스 시총은 지난해말 473조원 수준에서 4월30일 기준 916조원 수준으로 늘었고,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002조원 수준에서 1684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두 기업의 시총만 전체 증시의 23%, 코스피의 43%가 넘는다.

반도체를 포함한 일부 업종은 성장을 계속하지만 나머지 비반도체, 비제조업의 실적은 악화하는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우리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됐다. 이 와중에 영업이익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삼성전자 노조에선 최근 열흘간 비반도체 부문 노조원들 중심으로 2500명이 탈퇴했다고 한다.

그룹사 내에서도 반도체와 비반도체 부문간 격차와 갈등이 심해지는 것인데, 이를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대하면 더 상황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 반대 국민여론이 70%에 육박하는 것은 투자 축소와 양극화 심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생산, 투자, 분배에서 반도체 쏠림을 극복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 정부, 기업, 노조 모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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