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올해부터 임금피크제 들어가. 앞으로 뭐하지?” “도대체 사람이 없어요. 일할 사람이...”
불과 며칠 전 친구와 지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서로 정반대의 이야기지만 두 말 모두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인구구조의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고령인구는 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일손을 못 구하지만, 주변에선 멀쩡한 중장년들이 일터를 못 찾고 있다. 개인과 개별기업이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다.
중장년층은 나이 많은 근로자가 아니라 기업에 필요한 ‘경험의 자산’이다. 사무실과 현장에서, 국내와 해외에서, 사람과 기계를 상대로 치열하게 버텨왔다. 그 노하우는 회사의 직무교육 비용을 절감시키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처럼 숙련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더 큰 장점이 무엇일까. 취업 의지가 강하고 조직 몰입도가 높다는 점이다. 경제적 책임이 크고, 일의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직업과 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은 기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젊은 직원들에 대한 소통과 조직 내 협업을 촉진한다.
올해 장년고용강조주간(9월 3째주)에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한 대전의 한 식품제조 회사의 사례를 보자. 해당 기업은 안정적인 인력확보를 위해 노사발전재단 충청 중장년내일센터를 통해 3년간 꾸준하게 중장년을 채용하고 있다.
특히 많은 제조공정 중 검수, 포장 등 숙련도와 책임감이 강하게 요구되는 공정에서 장점이 발휘되고 생산성이 높다며 회사 관계자는 호평한다. 장기근속 의지도 강해 회사에서는 중장년 친화형 근로환경 개선으로 답하고 있다.
최근 주목할 점은 중장년층의 디지털 적응력이 과거보다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중장년들이 데이터 관리, 고객 응대, 품질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IT를 활용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숙련된 경험에 디지털 역량이 더해질 때, 그 시너지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이처럼 중장년 고용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전략적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이 중장년 채용을 부담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들은 교육이 필요한 ‘신병’이 아니라 즉시 투입가능한 ‘오분대기조’다. 그래서 중장년 채용은 부담이 아니라 ‘선물’이고, 비용이 아니라 ‘투자’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중장년 고용 시 인건비 지원이나 고용유지 장려금, 직무 전환 훈련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작은 관심을 기울이면 인력난 해소와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과 조직 안정성 확보라는 커다란 네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경험 많은 인력이 다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지금 우리 세대나 몇몇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는 선순환의 경제사회 구조를 만드는 일이며, 우리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중장년의 경륜과 책임감이 살아 있는 일터, 세대가 함께 성장하는 일터가 많아질 때, 일자리 생태계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중장년 고용에 투자해야 할 이유다.
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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