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우리 자본시장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상법 개정은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대응을 모든 상장 기업이 직면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만들었다. 종래 행동주의하면 연상되던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기업 인수 문제를 넘어, 이제 주주 행동주의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거대한 흐름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최근 개정된 상법은 이러한 변화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불공정한 합병이나 물적분할처럼 지배주주에게는 유리하나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려는 시도이다. 기업들은 경영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하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은 이를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환호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확대하여 주주들의 감시 권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개정 상법으로 무장한 한국의 주주 행동주의는 초기 외국계 ‘먹튀’ 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넘어, 이제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도하는 ‘제2의 물결’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기업의 비효율적인 경영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최근 셀트리온은 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 반대 여론이 커지자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태광산업에서는 지배주주 지분이 54%가 넘음에도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한 소액주주의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졌다. 이는 지배주주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임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삼으려면, 과거의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선제적으로 기업가치 증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 소각하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해태제과가 적자 사업이었던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매각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본업에 집중한 것처럼,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 또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둘째, 주주와의 소통 을 강화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하므로, 기업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대화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기관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투명한 소통은 기업이 신뢰를 확보하고 경영 안정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다.
물론 행동주의가 경우에 따라 파괴적 이익 추구로 흐를 위험도 있으나 그렇다고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은 아니다. 선진국 사례에서 경험한 것처럼 궁극적으로 비효율을 줄이고 혁신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은 주주를 단순한 자본 제공자가 아닌 장기 성장을 함께할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투명한 지배구조, 적극적 환원 정책, 성실한 소통으로 기업과 주주가 상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될 때 한국 기업은 생존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인석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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