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다. 2022년 수도권 폭우, 2023년~24년 충청권역에서 발생한 침수와 올해 여름 전남·경남 등 남해안을 덮친 집중호우 등 이러한 자연 재난은 기후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현실이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에서는 재해가 발생하면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보상을 추진하고 파손된 시설을 다시 복구하는 ‘사후약방문’ 식의 대책을 하고 있으나, 치솟는 물가와 한정된 예산, 점점 커져만 가는 피해 규모 등으로 오늘날 이러한 대책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는 기후에 맞서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기후적응’이라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농업은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취약한 분야 중 하나다. 농경지 침수 피해는 매년 반복되는 문제로, 그중 저지대에 있는 시설하우스나 밭작물의 피해는 그 심각성이 훨씬 크다. 벼농사의 경우 침수되어도 어느 정도 버틸 힘이 있지만, 밭작물이나 하우스 작물은 단시간 침수로도 피해를 보며, 막대한 복구 비용과 함께 농가 경제를 파탄으로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피해 원인은 단순히 배수 시설의 노후화나 성능 부족, 그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법과 작물 선택이 오늘날의 기후변화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저지대 시설하우스 건설이나, 습기에 취약한 밭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정부 인센티브 지원으로 농민들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여 반복되는 침수와 피해 복구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침수 위험지역 내 시설하우스나 밭작물 농가에 대해 보조금 등을 차등 적용하여 침수에 강한 작물을 재배토록 유도하거나, 신청 농가에만 해당 토지를 홍수 조절용 유수지(遊水池)로 활용할 경우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농업재해 발생 위험을 판별하는 척도를 만들어 중장기 국토 이용계획 등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가 월파 피해로 인해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되어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사례처럼, 농촌 지역도 침수 위험지역을 ‘재해 위험 농경지’로 분류해 정책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시설개선을 추진하여 침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또한, 시설개선이 완료되지 않은 곳은 인센티브 지원으로 고지대 작물 재배로 유도하여 하우스나 밭작물이 저지대에 무분별하게 재배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그 이외에도, 극한 호우에도 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배수 시스템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기존의 일반 기상예보가 아닌 ‘지역 농경지 침수 위험’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농민들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가 피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는 이제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농민의 생존권을 위해 일시적 보상이나 복구가 아닌 시대의 흐름에 맞는 선제적 기후 적응 정책을 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시대 우리 농업의 미래를 지켜내는 유일한 길이다.

남원호 한경국립대학교 사회안전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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