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건축 거장 야마모토 리켄 강연
“공동체 체계 지키는게 도시본질”
“사람들은 자카르타 캄풍(인도네시아), 카라카스 바리오(베네수엘라), 마닐라 톤도(필리핀) 지역을 슬럼이라고 하지만, 전 이 곳들을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건축계의 거장인 야마모토 리켄(80·사진)은 지난 1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1차 인천아시아건축사대회 기조강연에서 건축과 도시의 가치를 ‘공동체’에서 찾았다.
지난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그는 자신이 발로 걸었던 지역들을 사례로 들었다.
주거와 공동체의 관계를 탐구해온 그는 거대한 건축물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망을 중시하는 설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호타쿠보 하우징, 사이타마현립대학 등이 있다. 그는 “프리츠커상 수상 이후 한동안 세계의 도시를 직접 돌아다녔다”고 운을 뗀 뒤, 마닐라의 ‘톤도’ 지역을 예로 들었다. 이 곳은 ‘쓰레기산(스모키마운틴, Smoky Mountain)’으로 불리며 빈곤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그는 오히려 도시생활의 생생한 모습을 봤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은 좁은 골목에서 자전거를 타고, 주민들은 공용 화장실과 노점과 작은 가게를 함께 사용하며 살아간다”며 “이곳은 낙후한 주거지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 집과 기반시설을 만들어낸 ‘작은 도시’”라고 평가했다.
자카르타의 전통 마을공동체인 캄풍, 필리핀 마닐라의 발랑가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바리오도 그에게 유사한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그는 “좁은 골목, 공유공간, 서로 돌보는 문화가 결합된 이런 구조야말로 현대 도시가 잃어버린 생활 단위”라며 “이런 전통적인 공동체가 정부의 개발정책으로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동체 체계를 지키는 것이 도시의 본질”이라며 “초고층빌딩, 교통체증, 대규모 호텔 등으로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을 찾아 네트워크를 살리는 공간 설계의 중요성을 연일 피력하고 있다. 앞서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서울시청에서 만나 “한국인은 예로부터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었다”며 “공동체를 중심으로 공·사적 공간의 조화를 고려한 공동주택 설계가 많은 지역·사회문제를 해소해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시아건축사대회는 이날을 끝으로 닷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 건축문화 행사인 이 대회는 ‘더 나은 미래(A Better Tomorrow)’를 주제로 기후변화와 도시화 등 인류가 당면한 중요 과제에 대한 건축의 역할을 논의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을 조명했다. 윤성현·서정은 기자
quq@heraldcorp.com
luck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