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십시일반 모금 억울한일 누구나 손쉽게 소송 경제적 약자 비용마련 큰 장점 메갈리아·삼례사건등 대표적 시민운동등 공익소송 새 전기 일부선 사기성펀딩 부작용도

#1.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운영진은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으로 1억3400여만 원을 모았다. 페이스북과의 소송을 준비하던 ‘메갈리아’측은 비용 마련 방법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했다. 인터넷 이용자가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메갈리아 측이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자들은 왕자가 필요하지 않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모금 결과, 목표액의 10배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메갈리아 측은 남는 금액을 변호사 계약을 연장하고 여성폭력 문제로 소송하는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2. 지난 2월 울산시민연대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소송비용 199만원을 모았다. 당시 이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 홍보비 내역을 공개하라”며 소송하던 중이었다. 이들은 비용 마련을 위해 인터넷의 힘을 빌렸고, 소송비용의 절반 가량인 199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마침내 이뤄진 소송에서 울산시민연대 측은 한수원에 승소했다. 시민연대는 남은 금액을 기금으로 만들어 다른 공익소송에 사용할 계획이다.

‘크라우드 펀딩’이 법률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자금줄이 되고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한 경제적 약자에서 소송 비용을 마련할 수있는 방법으로 활용돼 법률 서비스를 누구나 좀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크라우딩펀딩 소송이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어 법률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들어 ‘크라우드펀딩 소송’ 사례가 급증하면서 법률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중으로부터 자금을모은다는 뜻의 크라우딩펀딩을 통한 소송은 잘만 되면 누구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소송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실제 최근 이 소송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낳은 사례도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변호사 사무실 밀집지역.
최근들어 ‘크라우드펀딩 소송’ 사례가 급증하면서 법률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중으로부터 자금을모은다는 뜻의 크라우딩펀딩을 통한 소송은 잘만 되면 누구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소송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실제 최근 이 소송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낳은 사례도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변호사 사무실 밀집지역.

‘크라우드 펀딩’이란 특정 프로젝트나 아이디어에 다수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회사가 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모금이 이뤄져 ‘소셜펀딩’이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국회에서 ‘크라우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며 올 1월부터 이같은 방식의 모금이 가능해졌다.

이런 가운데 실제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비용 부담 없이 소송에 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송 결과도 좋은 편이다.

오는 9월 재심을 앞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재심 소송비용을 모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은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주인을 살해한뒤 금품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삼례3인조’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이들은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받았다. 3인조는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한 청년들이었고, 지적장애인도 있었다. 이후 이들 3인조는 “경찰의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진범이라고 밝힌 남성의 양심선언도 나왔다. 당시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인터넷 사이트에 이같은 전말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후원자를 모았다. 당초 목표액의 3배에 가까운 5700여만원이 모였다. 전주지법은 이들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오는 9월부터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한다.

이밖에 아버지를 살해했다던 무기수 김신혜씨 사건,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또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재심 비용을 모은 경우다.

소송을 통해 얻는 사회적 가치를 후원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크라우드펀딩 소송의 또다른 장점이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공익소송 비용을 마련했던 울산시민연대 김지훈 시민감시 팀장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공익 소송을 후원하고, 그 결과물을 받으며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시민운동의 진전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모금자가 약속한 용처에 돈을 쓰지 않는 이른바 ‘사기펀딩’의 가능성은 크라우드 펀딩의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애초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펀딩했을 경우의 리스크가 작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 2013년 미국의 대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는 사기 펀딩을 시도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한 회사는 일본 와규로 육포를 만들겠다며 12만달러를 모았다. 그러나 모금 마감 직전 사기의혹이 제기되자 그대로 잠적했다. 다행히 모금이 이들 회사의 계좌로 넘어가기 전이라 이용자들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크라우드 펀딩의 발전 과제로 신뢰성 확보를 꼽는다.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와디즈(WADIZ) 관계자는 “사기펀딩을 막기 위해 모금자에게 자금을 지급할 때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주는 방법을 따르는 게 좋다”며 “펀딩을 받은 모금자가 자금집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크라우드펀딩 중개 사이트가 이같은 자금집행 내역 공개를 의무화 하는 등 제도적 차원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