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이 용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극한 호우로 농경지가 잠기고, 폭염으로 농작물이 말라 수확량이 줄어든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물류비 급등이 더해져 우리 식탁 물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가 이런 글로벌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9.0%로 절반에 못 미친다. 반면 농업을 책임질 인력은 빠르게 줄고 고령화되고 있다. 농가 수는 2000년 138만3000호에서 2024년 97만4000호로 30% 가까이 줄었으며, 농업경영주 두 명 중 한 명(50.8%)이 70세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농 육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농어촌공사도 2018년부터 농지은행 사업을 맞춤형 농지 지원체계로 개편하여 지금까지 청년농 4만 3천여 명에게 3만 2천여ha의 농지를 지원했다.
정부·지자체와 관계기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청년농이 창업 이전에 농업·농촌에 적응할 수 있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청년들은 각종 교육 이후 창업을 시도하게 되는데, 무리한 농지 확보로 영농에 실패하거나 적응하지 못해 농촌을 등지는 사례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년농 육성을 제대로 된 궤도에 올리려면 무엇보다‘예비 농업인 단계’에 주목해야 한다.
청년농이 창업을 하며 주택과 농지를 마련해야 하는 방식은 부담이 크다. 높은 진입 비용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청년을 위한 주거 공간과 농지는 물론, 도시출신 창업농이 관심 있어 하는 비닐하우스, 스마트팜을 묶어 임대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청년농 창업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겠다. 여기서 청년농은 직접 농업을 경험해 보고, 농촌 주민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장 지원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청년농이 농촌에 정착하고 농업을 시작하며 부딪히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집은 어디서 구할지, 농사는 어떻게 지을지, 농산물은 어디에 팔 것인지까지 복잡하다. 한국농어촌공사, 지자체, 농협, 대학 등이 협력체계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농이 문제가 생겼을 때 헤매지 않고 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년농 스스로 농촌에 스며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리 정책 지원이 좋아도 농촌 공동체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선배 농업인과 소통하고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려는 열린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바다 건너 일본의 경우 식량 위기가 심화하자, 지난해 25년간 그대로 두었던‘식료·농업·농촌기본법’을 개정하며 49세 이하 농업인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농업정책의 핵심이 결국‘청년농’이라는 인식에서다.
기후 위기와 글로벌 식량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청년농 육성은 단순한 정책과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식량주권은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 투자다. 예비 농업인 단계부터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