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물가의 근원...밥상물가 비상에 인상 부담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에 전기요금 인상 안 하는 것이 불문율

공공요금 동결기조에 공기업 재정 악화…전력망 등 관련 투자 못해

서울 시내 한 주택가의 전기계량기. [연합]
서울 시내 한 주택가의 전기계량기.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이달 하순께 결정되는 3분기(7~9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동결 또는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밥상물가가 들썩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물가의 근원인 공공요금을 인상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한전은 조만간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한전이 제출한 조정단가 변경안을 논의해 오는 20일께 인상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유세 기간 “(전기요금이) 지금도 비싸다고 느끼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올려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국내 경제 상황이 너무 나쁘고 민생이 어려워 당장 전기요금에 손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의 기반인 전기요금은 민생경제로 직결되고, 소상공인 및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등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공공요금이다. 특히 3분기는 여름철 기간으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은 것은 오랜 불문율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에너지가격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연료비조정요금의 계산 기준이 되는 게 매 분기에 앞서 결정되는 연료비조정단가다. 해당 분기 직전 3개월 동안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며 현재 최대치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앞서 전력 당국은 한전의 재무 위기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해 10월 24일부로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한 바 있다. 국민 경제 부담, 생활 물가 안정 등 요인을 고려해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그러나 최근 연료비인 국제유가가 하락세라는 점을 감안, 3분기 전기요금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2분기 전기요금 결정시기인 지난 3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선이었다면 이달들어서 배럴당 65달러대로 5달러가량 떨어진 상황이다.

또 난방비인 가스요금은 비수기인 여름철 인상을 해왔지만 올해는 동결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가스요금 동결시 한국가스공사에 쌓여 있는 14조 원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문제다. 가스공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여를 요청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등에 동원될 가능성이 커 사실상 적자인 미수금을 줄이는 등 재무 구조 개선을 선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고속철도(KTX) 운임과 고속도로 통행료, 광역 상수도 요금에 대한 인상 요구도 줄줄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KTX 운임은 14년째, 고속도로 통행료는 10년째, 광역 상수도 요금은 9년째 동결돼 있다.

문제는 공공요금 동결 기조로 관련 공기업의 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 3조75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7분기 연속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9%(2조4543억원) 증가해 2016년 3분기(4조4242억원) 이후 가장 높다. 지난해 두 차례 전기 요금을 인상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 한전의 누적 부채는 205조445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원 증가했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496.7%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전기 생산 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면서 적자와 부채가 불었다.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영업 적자는 30조9000억원에 달한다.이로인해 연간 이자로만 약 4조원을 부담한다. 한전의 재무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를 대비한 전력망 구축과 같은 필요한 투자를 제때 할 수 없게 된다.

한국도로공사의 부채는 2020년 31조 1658억 원에서 2024년 41조 5024억 원으로 불어났다. 9년째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코레일은 약 5조 원 규모의 노후 차량 교체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한 운임 정상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