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관계자가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헤럴드경제DB]](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2/ams.V01.photo.HDN.P.20220628.202206280946188837811994_P1.jpg)
전기요금 체제 개편안 주목...물가와 산업경쟁력 직결
이 후보 차등 요금제...국가 균형 발전 유인
김 후보 반값 전기...관세에 전기료 부담 이중고 덜어주자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6·3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에너지 정책과 함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물가 안정의 기반인 전기요금은 민생경제로 직결되고, 소상공인 및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등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공공요금이다.
역대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 및 인상 여부와 관련한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 현장에서 “전기는 (전남) 영광에서 생산하는데 서울하고 영광하고 전기요금이 같다. 이상하지 않나. 앞으로 바꿔야 한다. 지방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지방엔 싸게 하고 (수도권 같은) 소비지는 전력송전비를 붙여서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국가균형 발전을 유인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요금제가 적용되면 반도체·이차전지·AI(인공지능)데이터센터 등 첨단업종 기업들이 전기요금이 싼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화는 차기 정부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지역별 차등 요금제의 근거를 담고 있고,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전기요금 개편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력 소비가 주로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은 영호남 등 비수도권 지역에 편중된 현실과 맞물려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력 생산지인 비수도권의 전기요금이 수도권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기반시설이 비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내부에서도 전력 자급률에 차이가 있고, 기존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 우려도 있어서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지난해 지역별 전력 자급률이 낮은 지역은 대전(2.9%), 광주(2.9%), 서울(8.9%), 충북(9.4%) 등 순이었다. 반면 부산(216.7%), 충남(214.5%), 인천(212.8%), 경북(201.4%), 강원(195.5%), 전남(171.3%), 경남(136.7%), 울산(102.2%) 등은 지역별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웃돌았다. 자급률이 높은 전남도와 부산, 인천, 강원, 충남 등은 이 요금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또 권역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울산시와 경남도 등은 5개 권역 분할을 주장하고 있다. 3개 권역으로 나누면 이들 지역도 비수도권으로 분류돼 원전이 많은 지역이나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비수도권이나 똑같은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문수 후보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에 ‘반값 전기료’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전력당국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2023년 11월, 2024년 10월 두 차례 인상했다. 국민 경제 부담과 생활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동결됐다.
산업계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이 주력 수출 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발 관세에 더해 전기요금 부담까지 겹치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의 ‘반값 전기료’ 공약은 이 같은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기요금 등 에너지요금을 국제 가격에 따라 분기별로 설계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연료비가 폭등해도 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2년 2월 러-우 전쟁 발발로 국제 가격이 폭등했을 때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요금 인상 유보정책을 발동하면서 국내 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대신에 국제 가격 폭등 부담을 한전,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에너지 공기업이 모두 부담했다. 이로 인해 한전의 부채는 205조원이상까지 불어나 연간 이자비용으로만 4조원을 지출하고 있다. 가스공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14조원이 넘고, 지역난방공사의 열요금 미수금도 5365억원이나 된다.
이런 에너지공기업의 재정악화로 인해 신규투자를 비롯한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재생에너지 계통 단절, 수소배관망 건설 미비 등 안전과 미래 투자도 끊긴 상황이다.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반복적인 요금 인상 유보로 인해 공기업 적자가 누적되고 이자비용이 증가하며, 소비자에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적절한 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수요 절약이 적어지고 공기업 적자가 빠르게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요금 인상 유보 기준을 명확한 기준 없이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폭, 물가 영향, 산업 경쟁력, 소비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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