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兆) 단위 몸값 기대 매물, 매각 작업 ‘사실상 중단’
기업의 실탄마련 움직임…원매자 사라지자 매물만 쌓여
사업부 분할매각 거래서 PE 역할론 기대…“제한적 환경서 역할 커질 것”
![클래시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출처=클래시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1/news-p.v1.20250520.dd8f0dfaebc34daeb59828411a6cc3d8_P1.jpg)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경영권지분 매각을 추진하던 대형 인수·합병(M&A) 매물 상당수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가운데 사모펀드 역할론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사모펀드가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기업 사업재편 과정에서의 주요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매도자 측은 반도체 장비회사 HPSP 및 미용기기 의료사 클래시스 등에 대한 매각 일정을 잠정 연기하거나 관련 절차를 사실상 중단시켰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는 HPSP 매각 작업을 순연하고 자본재조정(리캡)을 통해 출자자(LP)들에게 투자금 일부를 분배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크레센도는 ‘프레스토 6호’ 펀드를 통해 소유하던 HPSP 지분 39.4%를 ‘히트2025홀딩스’ SPC로 현물출자했다. 이는 리캡을 감안한 조치로, HPSP 지분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킨 뒤 자기자본 투자비중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크레센도는 HPSP 매각을 위해 연초 예비입찰을 거치며 주요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로 추렸던 바 있다. 다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품 관세 예고로 인해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에 투자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시장의 냉정한 시선은 HPSP 주가에도 반영됐다. 투자를 단행한 프레스토 6호 펀드의 만기도 2년여 남아있어 매각에 시간적 여유도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미용기기의료사 클래시스 또한 조(兆) 단위 몸값이 예상됐으나 매각 흥행이 저조했다는 평가다. 이에 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은 클래시스 지분 일부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처분해 중간회수하고 경영권매각 성사까지 시간을 유예했다.
최근 클래시스는 베인캐피탈이 클래시스 주식 393만339주(지분율 기준 6%)를 주당 5만7915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지분매각 당시 기준 전날 종가대비 10.9% 할인된 가격으로, 총 매각규모는 2280억원 상당이다.
이번 지분매각 이후 베인캐피탈은 클래시스 지분 54.16%를 남겨둔 상태로, 매각 시기를 다시금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각가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시간 싸움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는 원매자 면면이 윤곽을 드러내자 클래시스 주가는 지난 2월 주당 6만원대로 오른 뒤 지난 12일에는 장중 최고점 7만4400원을 찍었다. 이후 블록딜 여파 등으로 인해 주가가 5만원대로 우하향하며, 지난 19일 기준 시가총액은 3조원대로 내려앉았다.
M&A 거래가 번번이 좌초된 배경으로 기업의 실탄마련 움직임이 꼽히기도 한다. 기업들이 비핵심 자산 정리 움직임을 보이자 시장에 매물만 쌓이는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평가다.
조 단위 매물 소화해줄 기업이 움츠러든 가운데 사모펀드 역할 기대론 또한 고개 드는 모습이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이하 자본연)은 대기업 사업구조 재편이 본격화되어 카브아웃(사업부 매각)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PEF 운용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자본연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당분간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제한적 M&A 환경에서 PE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짚었다.

aret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