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정부와 새누리당이 7~9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경감하는 방안을 11일 확정했지만 이는 미봉책일뿐 지금의 누진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간 수가 너무 많고,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급증하는 현행 누진제 체계에서는 이른바 ‘전기료 폭탄’과 같은 문제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정은 7~9월 3개월간 각 단계별로 현행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력사용량을 50kWh까지 확대해 누진제 부담을 경감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으로 매년 이맘때면 폭염이 지속되고, 전기 사용도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행 누진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력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뉘고, 가장 낮은 요금과 가장 높은 요금의 차이인 누진배율은 11.7배에 달한다. 각 가구마다 인원 수, 에어컨 가동 시간 등이 달라 전력 소비도 차이가 나는 구조상 전기요금도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기요금 누진단계를 줄이고, 현행 최고 11.7배에 달하는 누진배율도 1.4배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조 의원에 따르면 현행 전기요금 체계는 1단계의 경우 ㎾h당 60.7원, 6단계는 709.5원으로 대폭 높아지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최고 단계라도 85원 정도로 크게 낮아진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도 최근 전기요금 누진 단계를 6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하고, 누진율을 11.7배에서 2배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와 달리 정부는 누진제 개편 시 전력대란이 발생할 수 있고,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자들의 요금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가정용 전기의 경우 현재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있어 평상시에는 전기요금 부담이 적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반면 사용량에 따라 징벌적 누진제가 적용되는 구조상 지금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저렴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력 사용이 많은 가정은 누진제가 적용된 원가 이상의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3~4인 가구로 볼때 전기요금은 결코 싸지 않다”며 “정부는 단지 원가 이하로 판매돼 전기요금이 싸다는 주장만 할게 아니라 지금의 누진제가 합리적인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