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했던 아내 JTBC ‘사건반장’에 제보

결혼이민비자 받아 배달 뛰며 생계 유지

다른 배달 기사 다짜고자 불법 외노자 취급

주변에 ‘불법 외노자’라고 허위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한 한국인 배달 기사는 합법 체류를 확인한 뒤에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주변에 ‘불법 외노자’라고 허위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한 한국인 배달 기사는 합법 체류를 확인한 뒤에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한 외국인 가장이 배달 일을 뛰다가 다른 배달 기사에게 다짜고짜 붙잡혀 ‘불법 외국인 노동자’로 신고를 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신고자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해 억울하고 분했던 한국인인 아내는 신고자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했다.

2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전날 방송에서 사연을 제보한 여성 A 씨는 “남편은 (신고자가)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불법 외노자라고 하고, 경찰 7명이 나와서 신원 조회하는 게 공포스러웠다고 한다”며 “직접 사과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신고자는)일주일 넘게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JTBC ‘사건반장’ 갈무리]

A 씨에 따르면 그는 2019년 한국에 여행 온 모로코 남성과 사랑에 빠져 2020년 결혼을 약속하고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2년이 걸려 2022년이 돼서야 결혼이민비자(F-6) 승인을 받아 겨우 신혼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내만 보고 한국행을 결심한 모로코 신랑은 하루 10시간씩 배달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사건은 남편이 지난 7일 평소처럼 배달 일을 나갔다가 터졌다.

이날 밤 10시께 한 건물에서 배달을 마치고 내려오던 남편은 마침 같은 건물 1층에서 ‘배달 주문’이 뜨자 마지막으로 한 건만 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이를 수락했다. 그런데 1층 가게 앞에서 안면이 없던 다른 배달 기사가 대뜸 “그쪽 나라 가서 일하세요”라며 시비를 걸었다.

그는 배달이 급하다는 가게 업주에게도 “원래 외국인이 배달 하면 안 된다. 보험도 가입 안 되는데 지금 외노자가 불법으로 일하는 거다”라고 주장하고, 남편에게 “지금 경찰 오기로 했으니까 일 방해하지 말고 배차받은 거 취소해라”라 요구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올 때까지 A 씨의 남편을 붙잡아뒀다.

남편은 비자와 배달 라이더 자격증을 제시했지만 남성은 막무가내였다.

억울했지만 한국말이 서툰 남편은 경찰이 올 때까지 붙잡혔다가 이후 도착한 경찰에게 외국인 등록증과 플랫폼에 등록된 라이더 인증 화면을 보여줬다. 또 A 씨의 아내가 경찰과 통화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남편이 소지한 F-6 비자는 한국어를 하지 못해도 영어 소통이 가능하면 한국에서 취업 활동이 가능하다.

A 씨는 “‘불법 외노자’로 신고를 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비자와 배달 라이더 자격증을 보여주면 사과를 한다”며 “이 사람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이 사람 불법 외노자예요’라고 말하면서 신고 하고 사과도 안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성이 직접 와서 저희한테 사과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일주일 넘게 사과하지 않아서 지난 14일에 명예 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도 받았는데 업무방해도 적용할 수 있다고 얘기하더라”며 “남성은 우리가 자기 영상을 유포했다고 자기도 우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