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사실상 모든 대출에 스트레스 금리 1.5%

수도권 주담대 한도 1000만~3000만원↓

지방 주담대는 연말까지 0.75%만 적용

7월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약 3∼5% 축소된다. 지방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고려해 DSR 추가 적용을 올해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 지역의 아파트 모습 [헤럴드경제 DB]
7월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약 3∼5% 축소된다. 지방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고려해 DSR 추가 적용을 올해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구 지역의 아파트 모습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은희·김벼리 기자] 7월 1일부터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900만~1700만원가량 줄어든다. 연 소득이 1억원으로 그보다 높을 경우 대출 한도 감소 폭은 최대 3300만원까지 확대된다. 지방 주담대는 연말까지 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하반기부터 전 금융권의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1.5%의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때 스트레스 금리는 심사 때만 적용되는 일종의 가상 금리로 실제로 차주가 내는 이자율이 올라가진 않지만 대출 한도를 더 보수적으로 산정하도록 한다.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사전에 반영해 대출을 내줌으로써 과도한 대출을 막고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스트레스 DSR 단계적 시행방안 [금융위원회 제공]
스트레스 DSR 단계적 시행방안 [금융위원회 제공]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전 업권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모두 적용된다. 신용대출은 잔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스트레스 금리가 부과된다.

서울·경기·인천 외 지역 주담대에는 3단계 도입을 6개월간 유예하고 2단계 스트레스 금리인 0.75%를 12월 말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와 그에 따른 경기 악화 등을 고려한 조치다. 올해 들어 은행권 주담대 신규 취급액에서 지방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는 점도 반영됐다.

혼합형(고정+변동금리)·주기형 주담대의 스트레스 금리 반영 비율은 현행 최대 60%, 30% 수준에서 최대 80%, 40% 수준으로 각각 올리기로 했다. 변동형의 경우 그대로 100% 반영된다.

차주의 대출 한도 영향 분석해보니

수도권을 기준으로 스트레스 금리가 1.2%에서 1.5%로 올라가면 주담대 대출 한도는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금융권에서 4.2%의 금리로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주담대를 받을 경우 대출 한도는 5년 혼합형 상품 기준 종전보다 1700만원 줄어든 3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변동형은 3억원에서 2억9000만원, 5년 주기형은 3억3000만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연 소득이 1억원으로 더 많을 경우 대출한도 감소폭은 같은 조건에서 5년 혼합형이 3300만원 선으로 가장 많고 변동형과 5년 주기형도 각각 1900만원, 1800만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소득 5000만원 차주의 주담대 대출한도 변화 [금융위원회 제공]
소득 5000만원 차주의 주담대 대출한도 변화 [금융위원회 제공]
소득 1억원 차주의 주담대 대출한도 변화 [금융위원회 제공]
소득 1억원 차주의 주담대 대출한도 변화 [금융위원회 제공]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 한도가 100만~400만원 줄어들 전망이다.

연 소득 1억원 차주가 5.5%의 금리로 5년 만기 만기일시상환 대출을 받을 경우 변동형 또는 3년 이하 고정형의 한도는 1억5200만원에서 1억4800만원으로, 3~5년 고정형은 1억5400만원에서 1억5100만원으로 2~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미래 금리변동의 위험을 반영할 수 있는 선진화된 가계부채 관리 시스템이 확고하게 구축됐다”면서 “스트레스 DSR은 특히 금리 인하기에 차주의 대출한도 확대를 제어할 수 있는 ‘자동 제어장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만큼 앞으로 제도 도입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억제 효과…막차 수요 몰릴 여지도

전문가들은 3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소득이 낮거나 종전 대출 총액이 많은 차주는 추가 주택 구매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고 무리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막는 효과가 있어 투기적 거래 감소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규제로 차주의 자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온다. 윤지욱 신한프리미어PWM잠실센터 팀장은 “최근 차주 사이에서는 ‘영영끌’이 화두다. 감당할 수 있는 대출에서 나아가 한도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트렌드”라며 “규제 강화로 한도가 낮아지면 대출을 지렛대 삼아 고가 주택으로 넘어가기 어려워지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DSR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7000억원으로 관련 통계 공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주담대 잔액이 작년 말보다 9조7000억원 늘며 전체 신용을 끌어올렸다.

실제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를 비롯해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제2금융권 예금자보호한도 확대 영향 등 가계대출 확대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스트레스 DSR 확대 시행 전 대출수요 쏠림 현상 등을 고려해 가계부채 관리를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권 사무처장은 “지금은 관계 부처와 금융권이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기인 만큼 금융권도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 역량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대출한도 감소 폭이 크지 않아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점치기도 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존보다 줄어드는 대출 한도가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에 7월 이전에 대출을 받기 위해 서두르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만큼 오히려 금리 변화를 주목하며 실제 감당하는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에선 수익성 하락 우려 목소리도

은행권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대출한도 축소로 인해 궁극적으로 신규 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이는 수익성 하락이나 대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금융당국에서 단계별로 시행했고 지방 적용 완화 등 일부 과도기를 부여한 데다 이미 대출을 신청한 건에 대해서는 새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30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가 시행된 집단대출과 부동산 매매 계약이 체결된 일반 주담대에는 종전 규정인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


ehkim@heraldcorp.com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