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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사회민주당(PSD)과 민주동맹(AD) 지도자 루이스 몬테네그로가 포르투갈 리스본의 선거대책본부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19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사회민주당(PSD)과 민주동맹(AD) 지도자 루이스 몬테네그로가 포르투갈 리스본의 선거대책본부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유럽 국가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선거가 18일(현지시간) 동시에 치러진 가운데 ‘친유럽연합(EU)파’가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포르투갈은 조기 총선, 루마니아 대선에서 극우파를 따돌리고 친유럽파가 승리를 거뒀고, 폴란드는 대선 1차 투표에서 집권 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극우 정당의 득세도 만만치 않은 데다 친트럼프 여론도 커지고 있어 정치권의 혼란도 예상된다.

이날 포르투갈 조기 총선에서 중도우파 민주동맹이 승리했다고 AP·AFP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개표가 99% 완료된 상황에서 루이스 몬테네그루 총리의 사회민주당(PSD)이 이끄는 중도우파 민주동맹 그룹이 32.7%를 득표, 의회 230석 중 최소 81석을 확보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연립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민주동맹은 116석 확보로 소수 정부를 구성하거나 소규모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의회 내 과반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50년간 PSD와 번갈아 집권해 온 중도좌파 사회당(PS)은 23.4%를 기록했다.

특히 극우 정당인 셰가가 예상외로 선번했다. 셰가는 득표율 22.6%를 기록해 최소 54석을 확보했다. 셰가의 예상 밖의 선전은 “전통적 주요 정당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됐다.

셰가는 기성 정당들의 부패 의혹과 이민자 수 급증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세를 확대하고 있다.

친유럽 성향의 니쿠쇼르 단(55) 부쿠레슈티 시장은 18일(현지시간) 열린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개표율 99% 기준으로 54.1%를 얻었다.
친유럽 성향의 니쿠쇼르 단(55) 부쿠레슈티 시장은 18일(현지시간) 열린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개표율 99% 기준으로 54.1%를 얻었다.

동유럽 루마니아에서는 친유럽파 후보가 극적으로 승리했다. 친유럽 성향의 니쿠쇼르 단(55) 부쿠레슈티 시장은 18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결선투표에서 개표율 99% 기준으로 54.1%를 얻었다. 경쟁상대인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제1야당 결속동맹(AUR) 대표인 제오르제 시미온(38) 후보는 45.9%에 그쳤다.

총리가 행정 실권을 가지는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루마니아의 이전 대통령 선거는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시미온 후보는 지난 4일 1차 투표에선 41%의 득표율로 단 후보(21%)에게 배에 가까운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시미온 후보는 선거철 “EU 동맹국인 루마니아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EU 체제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 당선자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쿠레슈티 중심가에 위치한 선거사무소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고 현장에 밀집해 있던 지지자 수천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단 당선자는 언론에 “선거는 정치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며 “루마니아 국민의 공동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루마니아가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루마니아 사회가 보여준 오늘의 힘을 떠올리자”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유럽연합(EU)과 루마니아 국기가 흔들리고 있다. [AP]
18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유럽연합(EU)과 루마니아 국기가 흔들리고 있다. [AP]

폴란드도 친유럽파가 1위를 차지했으나 내달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시민플랫폼(PO)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53) 후보가 30.8%, 민족주의 우파 야당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42) 후보가 29.1%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극우 성향 자유독립연맹(KWiN)의 스와보미르 멘트젠 후보는 득표율 15.4%로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출구조사 결과대로 득표율 50%를 넘기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가 내달 1일 결선투표에서 대결한다.

이달 13∼15일 TVP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는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지지율 49%로 나브로츠키 후보(45%)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들은 멘트젠 후보 지지 표가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결선투표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멘트젠 후보는 EU와 관계, 우크라이나 지원 등 핵심 이슈에서 나브로츠키 후보와 유사한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걸었다.

이번 대선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발 관세전쟁 등 국제정세가 복잡한 상황에서 EU국가가 어떤 선택을 할 지를 두고 관심이 쏠렸다. 극우정당의 승리는 막았는데는 성공했지만 EU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지우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극우정당의) 패배는 유럽을 휩쓸고 있는 우파 세력의 부상에 대한 견제이자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충성심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