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5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른 영향과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셀트리온 유튜브 채널 갈무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5/news-p.v1.20250515.79eca9828da64c4790d62d69d60abdad_P1.jpg)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해 “국내 제약회사에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할 필요가 없다”며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기대감도 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이날 취재진 및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영향 및 대응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서명한 약가 인하 행정명령은 미국인이 처방약에 지불하는 가격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 보험사 및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시스템은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이 처방집에 우선 등재된 이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들 간의 제한된 경쟁을 통해 2~3개 제품이 추가 등재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중간 유통사 리베이트 문제가 발생해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병원 처방 시 오리지널 수준으로 높게 형성되면서 환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고, 유럽과 비교할 때 미국에서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 폭이 극히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 회장은 “전 세계에서 사보험 중심의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는 곳은 미국이 유일하다”라며 “이것은 중간 유통구조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간 유통구조가 단순화되면 아무래도 경쟁하기 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셀트리온이 미국에 공급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가격은 유럽 대비 높지 않은 만큼, 셀트리온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최혜국 약가’로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병행수입이 활성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서 회장은 “병행수입은 대개 약가가 높은 나라들이 쓰는 약가 인하 정책”이라며 “우리의 파이프라인을 등재시킬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은 제품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로, 짐펜트라는 이번 약가 정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아직 미국에서의 주력은 바이오시밀러이기 때문에 올해 사업계획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이후에도 기회가 되면 됐지, 위기 상황으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셀트리온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올해, 내년 사업계획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현재 약 15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완료해 보유하고 있다. 미국 현지 CMO(위탁생산) 업체를 통한 완제의약품(DP)도 300만바이알 생산 계약이 완료됐다. 서 회장은 “2026년 말까지 관세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며 “혹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 기존에 계약된 CMO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미국 현지에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신설할 상황을 대비한 예비검토를 끝냈다. 다만 복합적으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회장은 “10만리터 규모의 공장을 한국에 짓는다면 1조3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예상하는데, 미국에 짓는다면 2조원 정도로 예상한다”며 “이미 미국 8개주 48개 장소를 살펴보고 경제성을 검토하고 있는데, 관세 정책이 구체화된다면 추후에 신중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와 함께 전반적인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올해 연말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임상 1상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서 회장은 “R&D(연구개발) 실력이 있는 회사가 자체 생산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셀트리온은 자체 판매망까지 가지고 있는 회사로 더 큰 기회가 될 것”라며 “당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2025년 이후에 회사의 매출과 이익이 급격히 늘어갈 기회”라고 전망했다.
서 회장은 “연초에 올해 매출 5조원을 목표로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이는 그룹 총수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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