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장 인터뷰 ②
산업연, 美성장률 영향 첫 수치화
한국경제의 성장률 -0.6% ‘타격’
알루미늄 중기업체 피해폭도 증가
환경 급변, 정부 적극적 개입 필요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이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각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해 수입물가가 높아지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9%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2/news-p.v1.20250511.888dee73d347445f8c784e9792ae80d6_P1.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해 수입물가가 높아지면 미국 내 생산능력만으론 이를 보완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관세 여파로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0.9%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관세 부과로 한국은 GDP 0.6% 감소가 예상돼 우리보다 미국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최근 세종집무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가 입는 피해를 수치화한 것은 국내 연구기관 중 산업연이 처음이다.
산업연은 자체 분석을 위해 ▷중국에 대한 관세 145%,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적용부분 제외 ▷기타국 4월 2일 발표 상호관세율 적용▷ 품목별(자동차·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부과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1976년 설립된 산업연은 대한민국 유일의 산업정책 전문 국책연구기관으로 우리 경제와 산업의 미래 비전 수립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싱크탱크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이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을 내다보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권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뒤 2003년 이후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정보통신정책학회 회장, 산업조직학회 회장, 사단법인 경제사회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정책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작년 9월부터 산업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권 원장은 “트럼프 정부의 각국에 대한 관세부과 정책으로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면서 “이로 인해 우리경제 타격이 크지만 미국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하고 있어서 시장이 축소되는 부정적인 영향이 우리보다 더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상호보완적 산업 구조를 갖춘 우리나라가 이번 상황을 협력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도 지난달 2일 트럼프 관세가 최대치로 부과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은 최대 28%포인트 상승해 미국 GDP에 4%의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로인해 미국 GDP에 4%의 타격을 입히고 향후 2~3년 동안 소비자 물가를 약 2.5%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 원장은 “트럼프 정부의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변수는 USMCA에 대한 유예”라며 “우리하고 일본에는 관세를 매기고 맥시코·캐나다는 봐주면 국내 자동차업계와 자동차부품업계의 타격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 발표 이후 홈페이지에 게시한 설명 자료(팩트 시트)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행정명령 영향을 받지 않으며, USMCA 기준에 맞는 제품은 무관세 적용을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원장은 “품목별 관세에서 철강은 쿼터에서 관세로 바뀌면 수익성은 나빠지더라도 수출 자체는 증가하는 상쇄효과를 기대해 볼 여지가 있다. 반면 알루미늄은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으로 철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은 덜 받지만 피해의 폭이 의외로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권 원장은 공급과잉 문제를 겪는 석유화학에 대해 “석유화학은 대비할 시간이 많이 늦었다”면서 “석유화학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정부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을 유예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석유화학 전체를 구조조정하려면 중요 기업이 모여서 민간 빅딜을 해야 한다. 산업단지별로 ‘여기는 내가 하고 네가 하고’를 정하고 유류설비를 나누고 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과정은 전형적인 담합행위로 간주될 수 있지만 산업 입장에서는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에서는 불황시 구조조정을 위한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된 예가 거의 없다”면서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으려면 전향적인 여론형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권 원장은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나라는 철강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다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철강은 구조적 과잉공급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히 건설업 침체와 인구감소 등으로 철강수요가 줄어들면서 과잉공급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철강도 과잉공급 대비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도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업체가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시간이 있다”면서 “다만 늦지 않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로 중국의 석유화확과 철강 기업들의 수출 물량이 아시아로 쏟아지며 공급 과잉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권 원장은 “산업정책 관점에서 보면 예전보다 국가 개입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경제를 주도하고, 정부의 역할은 인프라 구축과 규제완화 정도에 국한해야 한다는 것이 기존의 시각이라면,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분야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산업의 AI 전환을 통해서 기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양한 산업정책적 과제가 있는데 어느 하나의 통일된 솔루션을 제기하는 어렵고, 각 산업이 처한 상황이나 경쟁력에 따라 맞춤형 전략들을 구상해야 하며, 이는 국가적 단위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배문숙·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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