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재난안전 현안점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재난안전 현안점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대한민국을 혼돈에 빠뜨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군 통수권자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바뀌고 있다.

국정 서열 1·2·3위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물러나면서 4위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0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사상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0시부로 헌법이 부여한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

헌법 제74조에서 명시한 국군통수권 역시 마찬가지다.

이 권한대행은 한 전 총리로부터 권한대행직을 이어받자마자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군의 경계와 대비를 철저히 유지하고 모든 도발 가능성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달라”고 지시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에겐 “작전지휘체계를 확고히 하고 유사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군부대의 대비태세를 점검·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 권한대행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시작으로 권한대행으로서 공식임무에 돌입하면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NSC 의장 대행의 엄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며 “정부로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일이 기본적인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임무 수행 중 경기도 파주 육군 1사단 도라 관측소(OP) 전망대에서 양진혁 육군 1사단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방을 살피는 모습. [연합]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임무 수행 중 경기도 파주 육군 1사단 도라 관측소(OP) 전망대에서 양진혁 육군 1사단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방을 살피는 모습. [연합]

이 권한대행은 6·3대선에서 당선된 제21대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33일 간 국정을 책임진다.

한 달 남짓 남은 대선 관리를 비롯한 국정 전반을 총괄하되 외교·안보·치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통수권자는 벌써 네 번이나 바뀌었다.

먼저 작년 12월 14일 오후 7시 24분 국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이 대통령실에 전달되는 순간 군통수권은 윤 전 대통령에게서 한 전 총리에게 곧바로 이양됐다.

2주 후인 같은 해 12월 27일 국회의 한 전 총리 탄핵소추안 가결로 군통수권은 최 전 부총리에게 넘어갔다.

이어 지난 3월 2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한 전 총리가 직무에 복귀하면서 군통수권 역시 한 전 총리에게 돌아왔다.

그런데 1일 한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내세워 사퇴하면서 애초 최 전 부총리가 다시 권한대행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국회의 탄핵소추안 추진으로 최 전 부총리까지 물러나면서 결국 이 권한대행이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회부총리라는 1인 3역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군통수권도 떠맡게 됐다.

여기에 한 달여 뒤 6·3대선에서 당선될 제21대 대통령까지 고려하면 불과 반년 사이에 군통수권자가 윤석열-한덕수-최상목-한덕수-이주호-새 대통령으로 다섯 번이나 바뀌게 된다.

표면적으로 국방부는 군통수권자가 바뀐다고 해서 군 준비태세나 대비태세, 그리고 장병들의 임무 수행에 있어서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 임무 수행 중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2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임관한 신임 공군 소위들과 재학생 생도들의 분열에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연합]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 임무 수행 중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2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임관한 신임 공군 소위들과 재학생 생도들의 분열에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연합]

그러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에서 한 달에 한 번꼴 군통수권자 교체는 결코 긍정적인 신호라 할 수 없다.

더욱이 국제정세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갈수록 고조되고, 북한은 러시아와 ‘혈맹’을 노골적으로 과시하며 대한민국을 겨냥한 위협 수위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마당이다.

군 소식통은 “가뜩이나 장성인사와 보직인사가 늦어지면서 야전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잦은 군통수권 교체 속 위만 바라보던 일부 지휘관들의 지휘관리·감독 소홀로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