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과 시각·후각 동시 자극
다양한 요리·소스 사용 늘어
![[게티이미지뱅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30/news-p.v1.20250428.76986a61084f444c91ae921bd10cc005_P1.jpg)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 직장인 안모 씨(37)는 지난해부터 ‘불맛’에 푹 빠졌다. 주말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데, ‘불맛’이 나는 음식점을 자주 방문한다. 그는 “불맛이 가진 중독성이 있다”며 “처음엔 고기의 불맛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떡볶이·카레 등에서도 불맛을 찾는다”고 했다.
미식 문화의 확산으로 맛집을 넘어 ‘특정 맛’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불맛’이 대표적이다. 주로 고기나 중식에 사용되던 ‘불맛’이 최근에는 여러 요리와 결합한다. 불맛과 친하지 않았던 요리에도 ‘불맛’ 단어가 붙는다. 불맛 떡볶이, 불맛 카레, 불맛 주꾸미, 불맛 만두, 불맛 피자 등 다양하다.
불맛을 내는 법도 간편해졌다. 불맛(불향) 소스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불이 활활 올라오는 ‘불쇼’가 없어도, 또는 연탄불 냄새를 맡으며 고기를 굽지 않아도 가능하다. 음식에 소스만 넣으면 불맛이 난다. 고추장과 간장맛 등 맛도 여러 가지다.
음식을 불에 그을리면 독특한 ‘향’이 나는데, 이것이 불맛의 매력이다. 불맛은 혀로 느끼는 맛이라기보다 ‘향’에 가까운 개념이다.
롯데호텔 서울 조리팀 관계자는 “미식을 쫓는 트렌드에 따라 불맛을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강한 화력으로 빠르게 볶아 재료가 살짝 탄 듯한 마이야르반응(높은 온도에서 음식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독특한 풍미가 나타나는 현상)을 내면 불향을 입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맛 떡볶이(왼쪽)와 불향 소스 제품 [떡볶당, 아워홈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30/news-p.v1.20250428.6c3b01d42ef54ea18b623fccb2170846_P1.jpg)
![중식의 불맛을 설명하는 미쉐린 가이드 디지털-홍콩(2016) [미쉐린가이드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30/news-p.v1.20250226.e5f821fdd7ae41de93d2913b5ce52d1b_P2.png)
불맛을 내려면 ‘강한 불’이 필요하다. 불맛은 중식에서 자주 사용하는데, 웍(큰 프라이팬)을 사용해 강한 화력으로 불향을 입힌다.
세계적인 미식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 디지털-홍콩(2016)에 따르면, 불맛을 내는 중식 볶음요리는 조리 온도가 일반 요리보다 훨씬 높다. 뜨거운 열에서 재료를 볶을 때, 식재료에서 나온 육즙이 달궈진 기름과 만나 유증기가 발생한다. 유증기는 기름방울이 기화(액체가 기체로 변함)해서 공기에 머문 것을 말한다. 유증기에 불꽃이 붙으면 불향이 음식에 입혀진다.
이러한 조리는 집에서 따라 하기 어렵다. 가정용 가스레인지는 상업용만큼 높은 온도에 도달하지 못해서다. 불을 다루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집에서 토치를 사용해 불맛을 내는 이들도 있지만, 불 조절이 어려워 겉면만 타기 쉽다. 최근 불향 소스가 소비자에게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호텔 서울 조리팀 관계자는 “불맛 조리가 쉽지 않은 가정에서는 훈연향이 나는 조미료(스모크소스)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불향 소스의 다양화는 불맛이 미식 키워드로 주목받는 데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미세하게 맛을 조절하지 않아도 불향 소스를 이용하면 색다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불맛이 가진 강한 자극도 인기 요인이다. 불맛은 미각을 넘어 시각과 후각까지 반응하게 한다. 살짝 그을린 색감과 강한 불향은 음식을 돋보이게 만든다.
외식이나 야외에서 먹는 듯한 기분도 난다. 이 관계자는 “불맛은 미각과 후각을 ‘동시에 그리고 강하게’ 자극해 풍미를 올린다”며 “불맛은 주로 캠핑 요리와 연관된 경우가 많아 ‘특별한 직화구이’ 경험이나 ‘야외에서 먹는 맛’을 떠올리며 즐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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