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 “처방약 복용 줄어들 가능성”
심혈관·암·인지 장애 예방에 도움
‘껍질째 씹어먹어야’ 가장 효과적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하루에 사과 하나씩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
과일과 관련된 속담 중 이만큼 전 세계에 널리 퍼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다수 의학 전문가의 견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속담이 실제 과학적 검증을 거쳐 일정 부분 타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간호대학 연구팀이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Internal Medicine, 2015)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전통 속담을 과학적인 역학 연구 방법론으로 검증한, 흥미로운 성격의 논문이었다.
연구진은 성인 8728명을 매일 사과를 1개 이상 먹는 그룹과 사과를 먹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 지난 1년간 의사 방문·처방약 복용 등 의료 서비스 이용 여부를 물었다. 섭취한 사과는 생사과이며, 사과주스나 사과소스는 제외했다.
그 결과, 매일 사과를 먹는 것과 병원 방문과의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처방약 사용률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 사과 섭취군은 섭취하지 않는 그룹보다 처방약을 덜 복용했다.
연구진은 “하루 사과 한 개가 의사를 피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없지만, 사과를 먹는 것이 적어도 약사를 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속담은 어떤 근거로 어디에서 유래된 걸까. 속담은 19세기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유래했다. 지난 1866년 영국 학술지(Notes and Queries)에 웨일스 지역 속담으로 처음 기록됐다. 당시 원문은 “잠자리에 들기 전 사과를 먹으면, 의사가 밥벌이를 못 할 것이다”였다. 현재 우리가 쓰는 문구는 1913년, 영국 언어학자 엘리자베스 라이트가 영국 방언·민속 채록집에 이를 기록하면서 표현이 정착됐다.
여러 과일 중에서도 사과가 주인공이 된 배경에는 당시 웨일스에서 사과가 흔히 재배되던 대중적 과일이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과가 지닌 여러 효능이야말로 사과가 선택된 가장 핵심 요인이다. 사과의 효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현대에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효능이 입증됐다.
국제학술지 기능성식품저널(Journal of Functional Foods 2012)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구진은 “매일 사과 한 개 섭취가 중년 성인의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 감소에 도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에서도 50세 이상 영국 성인의 70%가 매일 사과 1개씩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약 8500명의 심혈관계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이는 기존 임상 연구를 결합해 이론적으로 추산한 결과다.
국제학술지 식품과학과 영양학(Food Science & Nutrition 2023)은 10년간의 문헌들을 종합한 중국 논문을 다뤘다. 사과 섭취가 심혈관질환·암·인지 장애 예방과 피부 건강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다.
세계적 권위를 지닌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원 자료에 따르면 사과에 풍부한 퀘르세틴과 펙틴은 이러한 사과의 기능에 이바지하는 주성분이다. 바로 항산화물질과 식이섬유다.
항산화물질인 퀘르세틴은 노화 지연·항염 효과가 있는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이다. 수용성 섬유질인 펙틴은 변비 예방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 대장 내 유익균에 의해 발효되어 특정 암과 대장 질환 예방에 이로운 물질을 생성한다.
사과의 효능을 얻기 위한 조건도 있다. ‘껍질째 씹어먹기’다. 대부분의 섬유질과 항산화물질은 사과 껍질에 들어 있다. 껍질을 벗기면 섬유질 함량이 절반 가까이(46% 감소·미 농무부 자료) 줄어든다.
100% 착즙주스로 갈아 마셔도 식이섬유가 거의 사라진다. 혈당을 더 빨리 올리고, 포만감도 줄어든다.
gorgeou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