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소통 없이 미래 성장 없다”…“보수 가치로 자본시장 강화해야”

“민주당 입당·정계 진출 없다”…“공직 25년, 다른 활동 고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는 다 그렇게 한다”면서 “미국에 충실 의무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나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삼프로TV 특별인터뷰에서 “주주 충실의무, 상법 개정, 기업지배구조 합리화와 관련해 재계가 아무것도 못 하고 투자도 못 한다는 프로파간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직을 걸며 반대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내용으로,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도 포함돼 있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재계 반발 속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재표결 부결로 자동 폐기됐다.

이 원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2심 판결이 주주 충실 의무 축소 해석의 단초가 됐다”며 “이사가 회사에만 충실하면 주주가 쪽박을 차더라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현재 해석의 원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입법으로 해결하려 했던 건데 재계 반발로 최소 장치를 마련하는 수준까지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상법 개정을 얘기하면 과격한 개혁주의자로 몰리지만, 사실은 주주 보호 원칙을 넣자는 상식적인 논의였다”며 “180석 야당이 매운맛 상법 개정안을 내면서 정치적 타협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시장과 자본시장 흐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자산 형성 수단이 되기 어렵다”며 “앞으로는 자본시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 룰을 공정하게 해서 모두가 페어하게 하자는 것이 보수 가치”라며 “보수가 이를 놓치면 선거에서도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산,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대해선 “과거 같으면 난리가 났겠지만, 지금은 시장도 변화를 수용하고 있다”며 “수박을 드라이버로 잘라도 된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또 “애플이나 아마존은 왜 주주와 소통하겠느냐”며 “배당만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성장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 상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업들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와 관련해서는 “단군 이래 최대인 3조6000억원 유상증자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인데, 직전에 1조3000억원을 다른 데 보냈다”며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가계부채 관리 실책 논란과 관련해선 “욕망이 시장에 트리거가 되는 순간 당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월 가계부채 증가가 10조원을 넘었을 때 부작용을 알면서도 개입을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움직임에 대해선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라고 손짓으로 설명했다.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 이 원장은 “보수주의자고 시장주의자니까 그럴 일(민주당 입당)은 없다”며 “정치를 할 거였으면 이미 작년에 출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자기희생이 너무 큰데, 그 정도 마음의 단련이 안 돼 있다”며 “공직 25년을 했으니 이제는 다른 활동을 고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sunpi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