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신용유의자 47% 폭증…자영업 대출 2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

은행 밀려 2금융권 대출로 몰려…연체율도 코로나 전 수준 육박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의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된 모습. [헤럴드경제DB]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의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된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경기 침체 속에 자금 사정이 악화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들의 부실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회사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유의자’가 1년 새 30% 가까이 급증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된 개인사업자 신용유의자는 14만129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10만8817명)보다 28.8%(3만1312명) 늘어난 수치다.

특히 고령층 자영업자의 상환 불능이 두드러졌다. 60세 이상 신용유의자는 2만8884명으로, 1년 새 47.8% 급증했다. 50대도 같은 기간 3만351명에서 4만464명으로 33.3% 증가했다. 이는 30대(17.9%), 40대(24.2%)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대출 구조도 악화했다. 작년 말 기준 금융기관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336만151명 중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171만1688명으로 전체의 50.9%에 달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금은 693조8658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1131조2828억원)의 61.3%를 차지했다.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카드사, 캐피탈, 대부업체 등 비은행권으로 밀려난 사례도 급증했다. 비은행권만 이용하는 자영업자는 79만2899명으로 1년 새 7.0% 늘었다. 반면 은행권만 이용한 자영업자는 79만3380명으로 2.3% 줄었고, 은행·비은행권을 모두 이용한 경우도 177만1954명으로 감소했다.

이런 흐름은 연체율에도 반영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67%로, 코로나19 이전 장기 평균(1.68%)에 근접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2월 말 은행권 중소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0.84%로 2017년 5월(0.85%) 이후 약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로 가려졌던 부실이 드러나는 가운데, 내수 부진과 글로벌 관세 충격까지 겹칠 경우 연체율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강일 의원은 “단순히 자영업자 개인의 빚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부채 위험’”이라며 “원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다 오르는데 손님은 줄고 빚만 늘어난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시장 자율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회복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unpi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