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 현장 공개

지하 35m까지 굴착 진행, 2000여개 강판 버팀보 설치

서울시, GPR 추가 도입 및 지반침하 관측망 설치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공사 현장. 수백개의 강판 버팀보가 설치돼 있다. 손인규 기자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공사 현장. 수백개의 강판 버팀보가 설치돼 있다. 손인규 기자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지상에서부터 35m 지하 공간에 내려오자 각종 먼지와 분진 등으로 눈과 목이 따끔거렸다. 머리 위로는 수 백개의 철로 만든 원통(강판 버팀보)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어 위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곳은 다름 아닌 강남 한복판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이다. 서울시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지하 땅꺼짐 사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지하공간 개발 현장을 지난 23일 언론에 공개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은 코엑스 사거리(봉은사역)부터 삼성역 사거리까지 약 1㎞ 구간에 지하 5층 규모의 복합환승센터와 철도터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1조74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지난 2021년 시작돼 오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는 GTX-A, C 노선을 비롯해 삼성동탄선, 위례신사선, 지하철 2, 9호선이 지나갈 예정이다. 총 4개 구간(공구)으로 나눠 개발되고 있는데 이날 찾은 3공구는 현대건설 외 5개 시공사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규모 공사인 만큼 이곳에서는 지하 수십 미터의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현재 공사는 지하 35m까지 내려온 상태”라며 “앞으로 8m를 더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깊이 땅속을 파고든 만큼 지하에는 바둑판처럼 촘촘한 강판 버팀보가 2000여개 설치돼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 손인규 기자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 손인규 기자

서울시는 영동대로 등 땅속 수십 미터까지 굴착 공사가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이 많자 시민들의 지하 땅꺼짐 사고 불안 해소를 위해 지하공간 안전관리에 대한 집중 투자와 점검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지하공간 안전관리를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지반침하 안전관리에 필요한 지반조사와 계측관리 등이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건설사업의 단계별 심의를 강화하고 지하공사 중 안전관리 비용이 추가로 투자될 수 있도록 한다.

다음으로는 지하 굴착공사장 안전관리를 위한 GPR(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 탐사 장비와 인력을 확대하고 심도 깊이 계측이 가능한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지반침하 안전관리를 강화한다. 시는 15억원을 투입, 현재 4대인 차량형 GPR 3대를 추가로 도입해 총 7대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시가 관리하는 도로의 조사 범위를 현재 30%에서 60%로 늘리고 자치구가 선정한 우선 점검지역에 대한 조사 또한 신속하게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지표면으로부터 2m 내외 위험 요소만 탐지할 수 있었던 GPR장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기술인 ‘지반침하 관측망’을 설치한다. 이는 지반 내 관측 센서를 설치해 지하 약 20m까지 지층 변동을 계측할 수 있는 기술로, 강동구 명일동 지반침하 사고 현장에 인접한 지하철 9호선 4단계 1공구 현장에 우선 설치할 예정이다.

시는 지하 개발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해 불안 요소도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서울 시내 철도 공사장 5곳(49.3㎞)과 자치구 선정 50곳(45㎞ 구간) 등 GPR 특별점검 결과를 ‘서울안전누리’에 우선 공개할 계획이다.

동시에 기존 우선정비구역도를 고도화한 대형 굴착공사장 중심의 ‘지반 특성 반영 지도’도 제작한다. 제작된 지도는 전문가 자문회의와 시민 의견수렴, 법률과 공익성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공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반침하 예방을 위해 30년 이상 된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특히 하수관 정비의 경우, 기존에 연평균 2000억원을 투입해 100㎞를 정비했던 것을 앞으로는 4000억원을 투입, 연간 200㎞를 정비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하공간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기존보다 인원을 3배 늘린 전담조직 ‘지하안전과’를 신설한다. 현재 2개팀(9명)으로 운영되던 조직을 30여명 규모의 과 단위로 확대, 공동조사 주기를 단축하고 우려 지역에 대한 반복 조사 등 지반침하 예방 활동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공동탐사 정기점검 주기를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지하 10m 이상 굴착 및 터널굴착공사장 특별점검 주기도 연 1회에서 월 1회로 줄일 수 있다고 시는 밝혔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설공사장을 직접 방문해 복합개발사업 추진현황과 안전관리 대책을 보고받고 암반 굴착 현장 등 안전실태를 점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잇따른 도심 땅꺼짐 사고로 시민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계신 걸 알고 있다”며 “지하굴착 공사 및 상하수도 지하 시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투자로 안전한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