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당일까지 공개여부 알려주지 않아 피해자는 번번이 헛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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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이용경 기자]범죄 피해자가 관련재판 방청을 원하지만 피고인의 요청으로 전면 비공개로 진행돼 재판당일 번번이 헛걸음한 일이 발생했다. 법조계에선 헌법상 공개가 원칙인 재판과정이 명확한 이유없이 비공개된 상황을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 전반부만 공개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비상계엄 재판보다 더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여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폭언을 일삼아 아동학대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피해자들이 전혀 방청할 수 없게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사가 허위신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역으로 학생 등 12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어 학생들과 학교관계자들이 강하게 방청을 원하고 있음에도 판사는 두차례나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의 증인들 역시 비공개를 희망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만 비공개를 요청했을 뿐이다. 한 지원장 출신 변호사는 “피해자가 방청을 원함에도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294조의3에는 법원이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당해 피해자·법정대리인 또는 검사의 신청에 따라 피해자의 사생활 비밀이나 신변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결정으로 심리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있다. 피고인은 신청자체를 할 수 없으며, 이번 재판에 대해 검찰 측도 비공개 결정을 의아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과 법원조직법 57조에도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안녕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피고인 요청과 상관없이 판사 재량으로 비공개 결정하더라도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해당 재판은 국가안보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너 같은 건 삼성에 못 들어가”, “부정행위 한 거 아니냐, 빼박이다” 등 반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차별한 발언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재판을 비공개할 만큼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욱이 법원에서는 방청가능 여부를 당일까지 알려주지 않아 학부모와 학교관계자들이 번번이 헛걸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다음 재판이 예정된 오는 28일에도 서부지법에 방문할 계획이지만, 방청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상 피해자가 증인으로 신문할 때 사생활 비밀이나 신변 보호가 필요한 경우 비공개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지만, 피고인이 요청해서 비공개로 해달라고 하는 건 근거 조항이 없다. 직권결정도 합리적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증인들이 입을 맞출 우려가 있는 경우라도 재판부가 증인신문 절차 진행 과정에서 다른 증인들을 잠시 나가있게 하는 경우는 많지만, 아예 모든 사람이 재판에 못들어오게 하는 건 공개재판 원칙을 우려가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서초동 변호사는 “김용현 전 장관 재판은 명확하게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를 들고 증인의 요청에 따라 신문시 퇴정하라는 형태”라며 “어떤 측면에선 이번 재판이 더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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