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입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헤럴드경제DB]
서울 중구 명동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입구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헤럴드경제DB]

동서울변전소 증설갈등…하남시장·한전사장 만남에도 합의결렬

하남시 “옥내화 부분허가” vs 한전 “증설 없이 동해안-수도권 HVDC 못 끌어와”

지난해 말 경기도 행정심판위, 한전 손 들어줬지만 갈등 지속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전력(사장 김동철)은 하남시의 전력망 건설 인허가 지연이 연간 3000억원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 발생 등 국가적인 손실을 초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가 전력망의 확충을 가로막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대한민국의 미래 첨단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흔들리게 해 국가경쟁력마저 추락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전은 이날 배포한 ‘하남시의 전력망 건설 허가 촉구를 위한 한국전력의 호소문’를 통해 “특정 지역의 반대가 국가 전력망의 확충을 가로막고 대한민국 전체의 손실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하남시 간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과 이현재 하남시장이 24일 비공개로 직접 만나 담판을 시도했지만 합의는 결렬됐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둘러싼 하남시와 한전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지자체장과 기관장의 짧은 면담에 이어 실무진 간 ‘끝장토론’까지 진행됐음에도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하남시는 전자파, 소음, 도시 미관 훼손 등의 이유로 한전의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불허해왔다. 해당 사업은 한전이 약 7000억원을 들여 2026년 6월까지 기존의 변전 시설을 옥내화해 확보한 여유 부지에 HVDC 변환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통해 들어올 추가 전기가 수도권 일대에 공급되기 위해서는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필수적이라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이뤄지지 않으면, 원전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나르기 위한 국책 사업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남시가 지난해 8월 지역 주민 반대 등을 들어 이 같은 사업에 대해 불허 처분을 내리자, 한전은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같은 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하남시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한전은 “우리나라의 전력망 확충 사업이 지자체의 무책임하고 비상식적인 행정으로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수도권 전력 안정화를 위해 지지와 성원을 한전에 보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행정이며 단순히 특정 지역만의 문제를 넘어 국가전력망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한전은 최근 하남시청 앞에서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전력공급이 시급합니다’라며 릴레이 시위도 진행해 왔다.

한전은 “지금처럼 전력망 건설지연이 계속되면 동해안의 풍부하고 값싼 전력 대신 더 비싼 전기를 사용해야만 한다”며 “이로 인한 요금 인상 요인은 연간 3000억원이나 되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속도로를 다 지어놓고도 톨게이트 하나가 없어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인공지능, 반도체 등 대한민국의 미래 첨단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흔들리며 국가경쟁력마저 추락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한전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전자파 우려에 대해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변전소는 우체국, 경찰서, 소방서처럼 공익 근린생활시설의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해 7차례 이상의 설명회를 자발적으로 실시했고 이번 사업은 46년간 운영해온 기존 변전소 부지 내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주민생활권을 침해하지 않는단 사실을 주민분들께 지속적으로 설명드렸다”며 “전력설비를 단순히 설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상시 근무하는 업무겸용 복합사옥으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