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독주에 흥행성 ‘뚝’ 투표율 촉각
“지난 대선 패배에 응집” 전망도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선거 호남 지역 경선이 한창인 가운데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에 정치권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호남은 줄곧 다른 지역에 비해 이 후보에게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전남의 경우 지난 대선 경선 때에도 이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주는 등 이른바 ‘독주 견제’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투표율도 관건이다. 충청권·영남권을 거쳐 순회 경선 반환점을 돈 현재 이 후보의 득표율이 90% 육박하면서, 흥행성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수도권 경선을 넘어 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호남권(광주·전남·전북) 경선 투표를 진행 중이다. 오는 2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합동 연설회를 열고 개표를 진행한다.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으로, 전체 민주당 권리당원 112만3383명 중 호남 지역 권리당원은 33.3%에 육박하는 37만1105명이다. 앞서 경선을 치른 충청권(11만131명)과 영남권(10만299명)을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다.
또 이번 경선에 오른 이재명·김경수·김동연(기호순) 후보 중 호남 출신은 아무도 없는 만큼 구애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 득표율로는 이 후보가 89.56%로 득표율 90%를 목전에 두고 있고, 김동연 후보 5.27%, 김경수 5.17% 수준이지만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을 굳혀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선 지난 대선 당시 호남의 지지 부족으로 석패했다는 분석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 후보는 당시 84.64%, 윤석열 후보가 12.86%의 득표율을 얻었고 총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20대 대선 전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도 이 후보는 46.95%로 전남 출신의 이낙연 후보(47.12%)에게 간발의 차로 밀렸었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호남은 90% 이상을 몰아주기도 했다.
최근 있었던 4·2 재보궐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전남 담양 군수 자리를 내어준 점도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도 진보당과 조국혁신당과의 삼파전 속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신승했다. 그 때문에 이번 경선에서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본선에서도 호남 지역에서 90%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호남 지역 의원은 “호남 지역 민심이 좋고, 이 후보에 쏠려 있다”면서 “3년 전에도 호남 득표율이 더 나와서 이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 예전보다는 더 응집하리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투표율도 관심이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호남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22.64%에 불과했는데, 당시 이 대표 당선이 유력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흥행이 부진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이번 경선 또한 이 후보가 90%에 가까운 득표율을 얻어 ‘구대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상황이라 같은 모습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부터 1박 2일 동안 호남 유세에 나선 이 후보는 호남 지역을 메가시티로 만들겠다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호남 지역공약 발표문에서 “호남이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 속에서 소외돼 온 만큼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첨단시대를 맞아 신성장동력 산업이 호남에 안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광주에 국가 AI 데이터센터, 국가AI 컴퓨팅센터를 약속했다.
세 후보 중 가장 먼저 호남을 찾은 김경수 후보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에 3개 특별자치도(전북·강원·제주)를 5+3 체제로 묶어 최소한 (이들 지자체가 쓸 수 있는 예산을) 1년에 30조원 정도 줘야 한다”고 공약했다.
김동연 후보도 호남 지역에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 맞춤형 공약을 내놨다. 김동연 후보는 서해안 RE100라인 집중투자, 전남도청 원형 복원, 호남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 동서횡단 교통망 신설 방안 등을 내놓으며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이 파면된 만큼 호남의 앞날을 변화시킬 비전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했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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